[월가 리포트] 'GM 파업의 교훈' .. 결국은 노사 모두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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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의 파업 사태는"장기분규는 노사 모두의 패배"라는 정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는 게 월가의 중평이다. 지난달 5일 미시건주 플린트시의 부품 공장에서 시작된 이번 파업은 미국전역의 GM 공장으로 확산된 채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파업참여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게 된 근로자는 자그마치 16만1천여명에 달한다. GM측의 손실도 이에 못지 않다. 부품조달 차질 등으로 인한 생산손실만도 12억달러에 이른다. GM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급전직하다. 6월중 31%를 기록했던 점유율이 이달 들어서는 25% 선으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GM 노조의 총파업은 회사측에 대해 "울고 싶었던 참에 뺨을 때려 준" 격의 자충수로 귀결될 소지가 크다는 게 월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GM측은 이 참에 실적이 부진한 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군살도 빼고 22만4천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노조의 "기"를 꺾는 계기로 보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한술 더 떠 비정한 주문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비록 GM이 지난해 67억달러의 이익을 올리는 등 순항을 하고 있다지만 이 기회에 구조조정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고 훈수를 두고 있다. 경쟁사인 크라이슬러와 독일 다임러 벤츠의 합병으로 출범할 거대 라이벌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국내외 라이벌들에 대응할 수 있으려면 5만명 정도를 추가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진전되자 당황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측이다. 당초 플린트시에 있는 2개 부품공장의 일부 생산시설 이전에 반발해 일으킨 파업이 자칫 조합원 전체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사태로까지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우리는 GM이라는 회사만이 아니라 글로벌화, 아웃소싱 및 경영진의 탐욕이라는 삼지창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명분을 만드느라 애쓰고 있지만 여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는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완전경쟁"의 냉엄한 현실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쉼 없이 구조조정을 벌여나가야 하는 게 미국기업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세계 항공산업의 제왕인 보잉사가 올 하반기 중 1만2천명 감축을 선언했고 필름의 대명사인 이스트만 코닥사는 무려 1만6천6백명을 정리키로 했어도 일과성 뉴스로 흘리고 마는 나라가 미국이다. 대규모 감원 뉴스에도 미국여론이 흔들리지 않는 데는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비록 당장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퇴출 당하더라도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질수록 새로운 일자리가 그만큼 빨리 마련되더라는 "경험칙"을 실증적으로 체험해 왔기 때문이다. GM사태는 15일로 예정된 한국 노동계의 총파업과 맞물려 월가의 한국경제 전문가들에게는 미국인과는 다른 각도로 비쳐지고 있다. GM과 같은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총파업은 노조 자신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에 또 한번의 회복하기 힘든 상처만을 안겨주는 "마이너스 섬(minus sum) 게임"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이들의 우려다. "지금 한국이 한계기업 퇴출에 따른 최소한의 고통마저 회피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