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사성 '최형기의 성클리닉'] (2) '사랑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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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와이(Y)담"에 능한 원로교수 한분을 식당에서 만났다. "닥터 최, 요즘 프리아피즘 환자가 많다면서요?" "예, 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프리아피즘(Priapism)은 우리말로 "음경지속발기증"으로 풀이되는 증세다. "용어가 뭐 그리 복잡해요. 좋은 우리말 놔두고" "우리말 이라뇨"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귀에 대고 말했다. "그거 계속 서있는 증상 아냐. "노상 서"라고 하면 어때요" "네에?" 듣고 보니 참 그럴듯 하다. 페니스가 기죽지 않고 늘 서 있길 바라는 것이 뭇 남성들의 꿈이지만 그렇다고 일이 끝난 뒤에도 탱탱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45세의 M씨는 발기부전으로 프로스타글란딘E1 펜톨아민 파파베린 등 세가지혈관확장제를 혼합한 발기유발 자가주사요법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정량대로 주입하라고 알려줬으나 막상 집에 가서 사용해보니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는 모처럼 실력발휘를 하고 싶었다. "까짓거, 주사량 좀 늘린다고 죽기야 하겠나"싶은 생각에 적정량의 2배를 투여했다. 그리고 신혼시절 못지 않은 즐거움을 맛보았다. 하지만 웬걸? 문제는 절정 이후 발생했다. 일을 끝낸 "대물"이 도무지 사그라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따뜻한 수건으로 감싸고 애써 주물러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없었다. "죽기야 하겠나"싶어 맘대로 투여한 주사약 때문에 이번에는 그의 페니스가"영 죽을 생각을 안하는"것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동이 텄다. 12시간이 흘러도 변화가 없자 그때서야 사태의 위급함을 느끼고 응급실로 달려왔다. 잠깐의 환희치고는 눈물겨운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아랫도리를 들춰보니 꼿꼿이 서있는 모습이 "비상사태"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선 안정제로 환자를 안정시킨후 음경해면체에 주사바늘을 찔러 고인 피를 빼냈다. 마치 동맥이 터진 것처럼 피가 계속 분출했다. 간단한 조치로는 해결될것 같지 않았다. 부득이 혈관수축제인 에피네프린을 묽게 희석해 음경해면체내에 직접 주사했다. 서서히 기죽어가는 그것을 보며 비로소 환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무조건 오래 서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네요" "노상 서"의 비애를 처절히 느끼는 순간 이었다. 만사가 그렇듯이 발기부전 자가주사도 잘쓰면 "사랑의 묘약"이고 잘못 쓰면"독약"인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