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 '불간섭' 포기 .. '유연한 개입' 결속 강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아시아위기를 계기로 회원국간 결속력을 다지려는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회원국의 내정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던 그동안의 "불간섭주의" 대신 회원국간 정책협조를 도모하는 "유연한 개입"이 아세안의 새로운 원칙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도밍고 시아존 필리핀 외무장관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아시아위기와 정치적 상황변화로 불간섭주의는 더이상 지켜질 수 없게 됐다"며 그 대안으로"유연한 개입"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연한 개입"이란 회원국의 정책이 역내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경우 회원국들이 정책권고를 할 수 있는 체제다. 그동안 태국이 주창해온 논리다. 시아존 장관은 "유럽연합은 각국이 다른 회원국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이로인해 때로는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다 나은 결론을 찾아내고 있다"며 "아세안도 앞으로는 유럽연합과 같은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추안 릭파이 태국총리도 이날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정보통신장관회의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은 각각의 정체성외에 지역공통의 정체성도 필요하다"며 "회원국들이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매체를 보다 밀접히 연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싱가포르의 조지 여 정보통신장관도 "아시아 외환위기는 아세안 회원국들이 독자노선을 취해서는 세계무대에서 제목소리를 낼 수 없음을 보여줬다"며 "회원국들이 힘을 합치면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은 다음주중 필리핀 마닐라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 회의에서 "유연한 개입"원칙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