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빅뱅시대 살아남기 '글로벌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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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거품)해소인가 아니면 시장기반 붕괴인가. 지난해말이후 벌어진 고객의 해약사태를 둘러싸고 보험업계에선 한때 이같은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IMF사태이후 실직과 소득감소라는 중산층의 몰락이었다. 그러나 업계 한쪽에선 해약사태이후 벌어질 예상시나리오 작성에 골몰하고있었다. 장기불황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전략 마련이 그들의 임무였다. 그때만해도 버블 해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적만을 위해 불필요하거나 경제적 능력이상으로 맺은 보험계약이 최우선적으로 탈락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올 3월이후부턴 해약요구가 거의 없어졌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올 5월까지 해약금액이 10조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 지난 중도해약사태는 대형사마저 휘청거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게다가 경기침체는 영업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후유증을 치유하는데 힘들어하고 있는게 업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보험업계에는 또다른 메가톤급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 중순께 단행될 보험구조조정이 바로 그것이다. 은행 퇴출이후 벌어진 금융시장 혼란상이 보험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신의 성실"을 원칙으로 하는 보험업종 특성상 은행 등 타금융권보다 더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게 업계의 우려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중견생보사인 닛산생명의 파산이후 개인보험시장이 사상처음으로 전년대비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시대를 맞이했다. IMF한파이후 가뜩이나 시장 위축양상을 보이는데다 퇴출보험사마저 생길 경우 그 파장은 생명 손해보험시장뿐만 아니라 자금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파장을 일으킬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속전속결처리방식을 적용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를 막론하고 구조조정이후 대응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 생보사의 경우 정부의 계약이전명령에 대비하는가 하면 같은 신설사그룹이지만 경영내용이 건실한 회사에선 퇴출되는 보험사와 함께 취급받지않도록 대외홍보 강화전략까지 짜놓고 있다. 자칫 퇴출물결에 휩싸일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인 셈이다. 1단계 구조조정대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보험사들도 생보사 퇴출시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조조정이후 시장위축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서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진출은 가시화되고 있다. 올들어 프랑스 AGF, 미국계 리라이언스 등이 국내지점을 새로 내기로 인가를 받았다. 더욱이 미국 뉴욕생명은 고합그룹과의 합작생보사외에 국민생명에 출자하기로 결정, 투자여부및 구체적인 금액산정을 위한 실사를 진행중에 있다. 또 미 메트로폴리탄도 1백% 자회사인 메트라이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보 빅3중 하나인 대한생명에 10억달러 투자의사를 밝히고 국내시장 진출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돼 대한생명의 막강한 국내영업력과 메트로폴리탄의 선진투자기법이 상호보완을 이룰 경우 보험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에이언 매쉬맥 등 세계보험시장을 주도하는 대형보험중개법인들의 진출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에도 상품개발 자산운용뿐만 아니라 고객과 직접 맞부닥치는 판매채널에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달 중순께 시행예정인 새로운 예금자보호법과 8월 중순께 부실보험사의 퇴출을 골격으로 하는 보험구조조정은 복합작용을 하면서 고객의 대이동현상을 가져올지 모른다. 또 선진기법으로 무장된 외국계 보험그룹의 잇단 국내 상륙은 국내보험시장을 주도하는 대형보험사의 위상마저 위협할지 모른다. "보험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그동안의 개념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모두 한국 보험사에 한획을 긋는 중요한 전기를 만들어낼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보험업계는 이젠 전혀 다른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상해 질병보상을 담보하는 제3보험분야나 기업연금등을 둘러싼 생.손보업계간의 경쟁에서 벗어나 은행 증권 투신 등 타금융권의 움직임은 물론 세계적인 안목에서 고객에게 "믿음"을 안겨주는 보험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