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박세리의 성공과 경제적 교훈 .. 전용덕 <교수>

전용덕 박세리의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의 승리는 한국 국민에게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이고 감동적인 것이었다. 박세리의 삶의 발자취는 승리의 감동만큼이나 경제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세리의 삶은 몇가지 경제적 교훈을 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현재까지 박세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골프를 위해 보냈다고 한다. 경기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골프연습을 하거나 체력관리 등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것을 경제용어로 표현하면 업종 전문화라고 하겠다. 박세리는 골프에 업종 전문화를 한 셈이다. 박세리와 비슷한 또래의 일반 대학생은 어느 한 전공에 전문화를 하고 있지만 전문화의 정도는 박세리보다 작고 상대적으로 다각화의 정도는 크다. 전공을 택하지만 많은 다른 과목을 수강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에게 적당한 정도의 전문화를 이룩하여 분업에 참가하거나 또는 시장의 필요에 따라 여러 업종을 동시에 취급하는 업종 다각화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업종을 바꾸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칠전팔기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이 적절한 예이다. 업종 전문화냐 다각화냐 하는 선택은 오로지 시장 참가자가 자신의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그렇게 할 때 가장 효과적인 선택과 결과를 가져온다. 작금의 "빅딜"의 근저에는 암묵적으로 업종 전문화가 놓여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박세리의 삶에서 공교육비는 사교육비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일반사람들도 도덕교육에서 입시교육까지 공교육비에 비해 사교육비의 비중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교육의 생산성이 공교육보다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한 학급의 학생수와 같은 교육의 양적인 면에서 질적인 면까지 공교육과 사교육은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공교육에 비해 사교육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질적으로 고급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막을 수는 없다. 교육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길은 사교육을 현재보다 더 제도화하여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립학교에 등록금에서 교육내용까지 실질적으로 자율권을 허용해초등학생이 여러 학원을 다니는 수고나 번거로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교육의 중심에 둠으로써 교육부가 공교육에 대한 비생산적인 투자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발상만으로는 결코 국민의 요구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없다. 박세리의 성공은 박세리의 아버지가 일찍부터 골프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투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미지의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을 기업가라고 부른다. 박세리의 아버지와 같은 기회발견자, 즉 기업가가 있었기 때문에 박세리의 오늘이 가능했다. 다른 한편 아버지가 발견한 그러한 기회에 대하여 삼성은 일찍부터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것을 예상하고 많은 투자를 했다. 삼성은 자본가의 역할을 한 것이다. 만약 삼성이 미국에서의 엄청난 교육비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박세리의 성공도 그만큼 늦어졌을 것이다. 박세리의 아버지와 삼성은 순수한 의미의 기업가와 자본가의 전범이라고 하겠다. 박세리가 평범한 선수밖에 되지 않았다면 삼성의 투자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투자의 위험은 모두 자본가의 몫이다. 기업이 망했을 때 기업가가 불법으로 기업의 자산을 처분하지 않았다면,기업가의 재산 몰수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유능한 기업가는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기업이 망하면 언제나 기업가도 같이 망해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크게 보아 "장사"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문을 마케팅이라고 한다. 기업이 근대에 가장 중요한 조직이 되면서 장사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마케팅은 어떤 학문보다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장사에 서투르다고 한다.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 국민이 장사와 거래에 시쳇말로 도가 터야 한다. 한국의 대학에는 마케팅학과가 따로 없다. 미국은 한국과 대조적으로 대학마다 마케팅학과가 없는 곳이 없다. 이 기회에 국민들은 스스로 마케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대학도 관련학과를 개설토록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