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테마연구) '미국 금융시장의 버블'

98년 들어 미국 금융시장의 버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져 가고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금융시장의 버블은 급작스런 자산가격 폭락과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거나 완만하지만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미국 금융시장에서 버블이 형성된 원인은 무엇인가. 모든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이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의 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여기서 미래의 예상소득이란 은행예금이라면 원리금에 해당하고, 주식이라면그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수익에 해당한다. 버블은 자산의 시장가치가 그 자산으로부터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보다 과대평가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버블 형성의 1차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게 된데서 찾아야 한다. 최근 미국경제가 인플레이션 없는 장기호황국면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소위 신패러다임(new paradigm)이 미국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데서 이러한 낙관적 기대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90년대 이후 이룩한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으로 미국경제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의 생산성 통계를 보면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둔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는 것은 버블 형성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산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자산시장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될 수있어야만 한다. 자산 매입을 파이낸싱하는데 드는 비용, 즉 금리가 높다면 버블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90년대 후반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버블 형성의 주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96년 하반기 이후 경기호황을 배경으로 총통화증가율이 미 연준의 목표수준인 6%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최근에는 10%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은 금리인상과 같은 이렇다할 긴축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경기과열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원자재가격 하락과 달러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낮추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달러강세나 아시아 경제위기는 미국 금융시장의 버블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버블은 언젠가는 붕괴되고 만다. 버블 형성의 원인이 되는 낙관적 기대도 풍부한 유동성 상태도 영원할 수는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증가율, 여신증가율, 주식투기나 부동산 투기 등 비생산적 분야로의 자금이동 정도, 증시 버블 지표 등을 종합해 미국의 버블붕괴 가능성 지수를 구성해 본 결과 현재 미국의 버블붕괴 가능성은 87년 블랙 먼데이(10월19일 하루만에 주가지수가 22.6%나 폭락했던 사태를 지칭) 수준에육박할 정도로 높아져 있다. 만약 아시아 경제위기의 심화로 미국 기업들의 순수익증가세가 급속도로 둔화돼 현재의 낙관적 기대가 비관론으로 돌아선다면 금융시장의 버블은 급격하게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 미 연준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단기금리를 인상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심재웅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