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환율 탓하기보다 경쟁력강화 힘써야 .. 이재훈

"원화의 적정환율은 얼마인가" 며칠전 무역협회가 75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이다.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당 1천3백80원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1천2백원대 환율은 실제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거꾸로 원화가치가 너무 많이 오른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달러당 2천원 가까이 떨어졌던 원화가 6개월만에 다시 1천2백원대로 올랐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업체들은 이런 원화의 "널뛰기장세"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적정환율"이란 표현을 써가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도록 여론을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어쩔줄 모르던 정부관료들이 이제서야 조금씩정책운용에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외환정책을 구사하도록 관료들을 격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주장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자칫 더 큰 정책혼란과 대외신뢰도 추락을 가져 올 수도 있다. 엔화약세가 계속되고 있는데 반해 원화는 강세행진을 하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아전인수다. IMF에 손을 벌리기전인 작년 10월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45% 가량 떨어졌는데 엔화는 12% 하락하는데 그쳤다. 절하폭은 원화가 오히려 더 컸다. 물론 동남아 각국의 통화가치는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해외시장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상대는 동남아라기보다 일본이다. 자동차 선박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수출 상위 50개 품목중 24개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다. 또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가격경쟁력을 잃는다고 하지만 정작 원화가 폭락했던 상반기에는 과연 수출이 얼마나 늘어났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값싸게 상품을 내놓는데도 수출신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오로지 "저가"에만 의존하는 우리 수출산업의 현실도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품질 신뢰도 마케팅 등 가격 외적인 경쟁력을 쌓는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환율에만 매달렸던 것이다. 이는 수출경쟁력 약화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않는다. 이제 우리 수출산업도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체질강화에 나서야할 때다. 이재훈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