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34) '계약의 취소'

충남 예산에 사는 조씨는 전세로 살 집을 구하다가 우연히 이웃의 소개로 집을 한채 사게 되었습니다. 집을 팔 사람은 집 평수가 1백평에서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줄 알고 8백만원에 집을 사기로 했고, 일단 계약금으로 2백만원을 지급했는데,집주인이 계속 계약서를 써주지 않았습니다. 조씨가 계약서를 써달라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며 중도금도 주지 않고 왜 계약서를 써 달라고 하느냐면서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래서 조씨는 할 수 없이 잔금 1백만원을 남겨놓고 모든 돈을 다 지급했습니다. 집주인은 그 후에 계약서를 가지고 와 도장을 찍으라고 해서 조씨의 남편이 무심코 도장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집의 평수가 1백평에서 조금 모자라는 것이 아니고 83평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조씨는 집주인을 찾아가 집의 평수가 많이 모자라니까 잔금 1백만원을 받지 말고 등기를 넘기라고 요구했는데, 집주인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조씨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이런 경우에 조씨가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문서로 써서 성립하기도 하지만 말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씨와 집주인간에 말로 8백만원에 집을 사고 팔기로 한 때에 이미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로 계약을 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 서류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처럼 계약서가 작성되면 그 계약서의 내용을 번복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계약서가 우선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조씨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집의 면적이 83평으로 기재돼 있고, 그 계약서에 조씨 남편이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조씨가 땅의 평수가 모자란다는 이유를 들어 계약을 해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더욱이 집주인이 집을 팔 때, 집의 면적을 정확하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그저 1백평에서 조금 모자란다고 했기 때문에 조씨로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전에 집의 면적을 정확하게 확인해보고 도장을 찍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씨는 성급하게 확인도 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집의 평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씨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조씨로서는 다소 억울한 점이 있지만 계약서를 보지않고 이미 도장을 찍었기때문에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