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현장을 가다] '동대문 의류도매상가'..패션거리

동대문운동장 뒤편의 숙녀복상가 디자이너크럽에서 아트프라자에 이르는 5백여m 거리. 이곳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밤을 잊은 패션거리"로 통한다. 이곳은 낮과 밤이 딴판이다. 낮에는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반면 상가들이 문을 여는 밤 9시께부터는 인파가 몰려들며 활력이 넘쳐난다. 제헌절인 17일 밤 9시55분 디자이너크럽 앞 공터. 20대전후의 젊은이 수백여명이 몰려 있다. 각 상가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요란하게 울려 나온다. 숙녀복점포 1백40여개가 들어서 있는 이상가 1층은 젊은이들이 반드시 들르는 "패션센터". 이곳에는 갖가지 최신 유행옷이 몰려 있다. 가슴에 고양이리본이 달린 어린이옷 모양의 영캐주얼 "큐티"도 있고 "김희선 칠부바지" "김지수 멜빵통바지"도 걸려 있다. 어깨와 등을 과감하게 노출시킨 "이승연 터플나시"에는 "6천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다. 밤 11시를 넘기면서 매장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옷을 고르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흥정하는 사람들로 초만원이 된다. 옷 한두벌 사러 나온 젊은이들(소매고객) 사이로 커다란 쇼핑백을 둘러멘 지방상인(도매고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일본 중국 대만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인근 팀204나 혜양엘리움 우노꼬레 아트프라자 흥인시장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팀204 1층에 있는 숙녀복가게 또아 주인 유영식(41)씨는 "여름휴가철엔 상가가 썰렁해지는데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옷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도매시장으로 몰리는 바람에 밤마다 붐빈다"는 것. 동대문시장의 밤의 열기는 자정을 넘기고도 식지 않는다. 18일 새벽 2시. 상가 주변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다. 상가는 여전히 쇼핑객들로 만원이다. 동대문주차장 옆 공터에서 만난 평택여고 2학년 김은주(17)양은 "잔뜩 벼르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 2명과 함께 올라왔다"고 했다. 김양은 "건빵바지 2개와 T셔츠 3개를 샀다"며 비닐주머니를 열어보였다. 친구 박정민양은"우리 반에도 옷을 사러 동대문으로 올라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어둠을 쇼핑의 즐거움으로 밝힌뒤 새벽차로 귀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