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 '경제난 어떻게..'..강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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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우량계열사가 채권회수가 불가능한 후순위채권 매입 등을 통해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날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계속된 전경련주최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 ''경제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서 "후순위 채권은 기업이 파산하면 채권회수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봉균 대통령경제수석은 이 자리에서 "기업구조조정은 대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계계열사의 조소한 정리를 촉구했다. 또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은 강연을 통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장기적인 실업을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하계세미나 둘째날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 기업 구조조정과 공정거래정책 방향 ] 전윤철 세계사의 흐름, 한 국가의 흥망성쇠 등은 헤겔의 소위 변증법적인 과정을 거친다. 테제가 있고 안티테제가 나오고 이것이 신테제로 합하는 과정을 밟는다. 60년대에 통했던 경영방법이나 전략도 마찬가지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 60년대 우리 경제에는 시장이 없었다. 나라전체에 부존자원도 빈약했다. 정부가 시장을 창출하고 경제를 주도했다. 이를 위해 유망업종을 선정, 지원했다. 전략업종을 뽑아 거기에 외자를 선별 지원했다. 조세를 감면하고 재정을 헐어서까지 도와줬다. 정부는 진입을 제한하면서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관행과 제도를 정착시켰다. 기업은 그 과정에서 규모를 키워 왔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그동안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 왔다. 빛은 우리나라가 세계 11위권까지 경제규모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많은 부정적인 측면이 노출돼 왔다. 기업들은 인허가를 따내는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정부도 진입을 막기 위해 규제를 양산했다. 일종의 "프리미엄"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는 외면됐다. 문어발식확장도 따지고 보면 기업이 정부의 진입제한을 뚫고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한때 "팍스아메리카나"를 지키기 위해 쌍둥이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제3세계를 지원했다. 그러나 미.소대결이 끝난 이후 미국은 경제회복을 위해 혈안이 돼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주도의 국제협약을 제대로 못따르면 피해를 보게 됐다. 지난 정부때도 세계화 논의는 있었지만 지금이야 말로 세계화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볼 때다. 세계화는 국민국가 개념이 퇴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핫머니와 정보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정책과 규범의 표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력산업사회로 이행 속도도 빠르다. 의사결정도 단순해지고 있고 비핵심부문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당하며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첫째로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정부를 포함해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국민도 실종된 청교도 정신, 헝그리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개혁이 가속화되면서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냉소주의도 극복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의 개혁은 흐지부지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일 것이다. 과감한 규제개혁도 정부의 몫이다. 이제껏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온 카르텔, 이를테면 보험회사의 요율문제나 중소기업의 단체수의계약 등도 없애야 한다. 이런 것들은 일괄정리법을 만들어 없앨 계획이다. 또 "30대그룹은 안된다"는 것 등 각종 진입제한도 하루바삐 무너뜨릴 예정이다. 기업은 투명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경영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유치는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앞으로 대기업 상호지급보증해소와 내부거래 차단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특히 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후순위채권을 한계계열사가 발행하고 이를 우량계열사가 매입하는 행위 등은 반드시 근절시킬 것이다. 금융기관이 대출인프라를 선진화해 성장성있는 기업에만 대출을 몰아주면 핵심사업위주의 구조조정은 자연히 이뤄질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