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첫 배상판결] 의사결정 지연..'부작용/기업대책'

대기업들은 이번 판결을 경영투명성 제고의 계기로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소액주주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골몰한 모습이다.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이번 판결로 구조조정이 지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소액주주들이 세세한 사항까지 간섭해 구조조정이 늦춰지고 경우에 따라선당초 계획이 무산되는 경우까지 나타날수 있어서다. 경영진으로선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전부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질수 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는 기업합병이나 사업.영업 양수도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는등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또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신규사업도 개별기업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수 밖에 없어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한 기업에서 번 돈으로 다른 업종으로 진출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또 대기업체제는 고도성장시기 국내기업들의 신용도를 높여 해외로부터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데 도움을 줬는데 이제 그 잇점도 없어졌다. 이밖에 단기업적주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주주들의 입김이 세진 상황에서 경영진들은 장기적 안목을 갖기 보다는 단기적 실적 올리기에 급급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재우박사는 "이번 판결은 대주주 독단을 막는다는 점에서방향은 올바르나 선진국처럼 자본시장과 사법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서급진적으로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점진적,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기업들은 이런 우려속에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와의 관계를 굳건히 하는 한편 혹시라도 소액주주들로부터 제소가능성이 있는 사안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마련중인 대책은 이사회권한 강화 주주와의 관계 강화 재무회계 투명화 등으로 요약할수 있다. 먼저 대부분 대기업들이 외부이사와 외부감사를 선임해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들 사외이사의 참여로 이사회는 열띤 토론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열린 LG화학 이사회는 무려 세시간이나 걸렸다. 사외이사들이 꼬치꼬치 경영상태를 캐물은 까닭이다. 대기업들은 대신 이사회멤버를 소수정예화해 토론은 활성화하되 의사결정은신속히 할수있는 체제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 참여멤버를 58명에서 28명으로 줄였다. 소액주주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증권팀을 만들어 소액주주에게 회사 경영상태를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도 투자설명회(IR)을 열어 회사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 재무.회계투명화도 나서 삼성 현대 대우 등 대부분 기업들이 실무팀을 구성, 결합재무제표 작성과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준비중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