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또 떠오르는 은행합병설'..대형은행 "여차하면"

홀로서기냐 합병이냐. 오는 29일 조건부 승인은행의 이행계획서제출 마감을 앞둔 가운데 상업 한일은행이 최근 몇차례 "데이트"를 한 것으로 확인돼 금융계가 다시 "짝짓기"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하나 보람은행의 "약혼"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병기류는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감위가 합병과 관련된 "고강도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여러 징후가포착돼 대다수 은행들이 홀로서기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상업+한일 배찬병 상업은행장과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지난주말 조선호텔에서 회동,합병조건 등에 관해 협의했다. 이관우 행장은 "29일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합병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28일 이후에야 알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합병후 정부가 얼마나 지원해 줄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은행은 얼마전 종합기획부내에 합병팀(3명)을 설치, 합병절차에 관한 검토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정상화 이행계획 승인을 위해 원칙적으로 대형은행과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일단은 외자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상업은행은 지난 24일 미국 보험사와 4억5천만달러규모의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했다. 또 유럽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억달러를 추가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계는 두 은행간 합병가능성을 현재로선 50대 50정도로 보고 있다. "합병가능"에 무게를 두는 쪽은 대형은행간 합병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다 두 은행 직원들간의 거부감이 적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두 은행 모두 가능하다면 외자유치 등을 통한 홀로서기가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거래선 이탈등 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게 현실이다. 합병조건을 둘러싼 복잡한 샅바싸움도 두 은행이 넘어야할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나+보람 하나 보람은행 합병은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5일께까지만해도 하나가 고지를 차지했으나 최근들어 위치가 역전됐다. 보람은행 노조측이 "굴욕적인 합병"에 반대하며 협상력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6월말 충청은행을 인수해 상당한 부실위험을 떠안았다. 보람은 조건부승인및 우량은행중에 합병명령을 받을 곳이 늘어날 가능성이높아지면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해졌다. 지난 16일 예정됐던 합병발표가 무산된 것도 보람측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주변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위는 두 은행의 합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하나측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만큼 하나측이 한발 물러서야 합병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뜻은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하나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가 보람은행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산동회계법인이 8월말까지 하나은행에 대해 경영진단을 하도록 한 것도 부실을 제대로 파악해 보람측이불만없이 합병조건을 수용토록 하기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두 은행의 합병협상이 8월말이전에 타결되지 않더라도 늦어도 9월초에는 경영진단결과를 바탕으로 합병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은행 움직임 조흥 신한은행은 행장급에서 두 차례정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흡수"를 우려한데다 재일교포 주주들까지 반대해 공식적인 합병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다만 양측 고위임원들이 지난주에도 만나는 등 접촉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두 은행이 모두 코너로 몰릴 경우에 대비, 협상을 재개할 채널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외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선도은행이 되기 위해선 증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합병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면밑으로 들어간 조흥-상업-한일, 하나-보람-장은 등 3자합병, 국민-외환, 국민-장은 등 다양한 합병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