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국경기와 아시아 경제 .. 김중웅 <연구원장>

김중웅 이제 미국 경제의 호황은 끝나는 것인가. 지난 몇년간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던 미국 다우존스 주가가 급락 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며, 실물 부문의 부진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무역수지는 5월에만도 1백57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산업생산도 급격한 둔화조짐을 나타내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경제의 진로는 정책당국에 의해 연착륙으로 유도되든가, 다시 호황이 지속되든가, 아니면 거품붕괴로 인한 미국 경기불황이 세계적 공황으로까지 이어지든가의 세가지 시나리오 방향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7년간 미국이 경험한 고성장 저인플레 저실업률이라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른바 신경제론의 실체는 무엇이며 지금까지의 호황은 어떤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었는가. 전통적인 경기변동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미국 경기호황의 배경은 "첨단산업의 발달 및 기존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전세계 금융자본이 미국으로 집중되는 현상" 그리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강세유지"라는 세가지 사실로요약될 수 있다. 실제로 80년대 이후 컴퓨터 정보통신과 같은 미국의 첨단산업은 다른 부문의경기변동을 압도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첨단기술이 재래산업에 응용돼 생산성을 제고시키고 호황국면의 확장을 주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물경제에서의 논리만으로는 그간의 지속적인 호황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장기호황의 주요원인으로는 실물경제보다 훨씬 앞선 금융부문과 달러화 강세정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냉전 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미국의 금융자본이 90년대 세계 금융시장을 제패하게 되자 세계의 금융자본은 미국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자본의 집중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고 미국 무역적자를 더욱 확대시킨다. 그러나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엔 블록화"견제와 유럽에서의 유러화 탄생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화폐의 강세정책을 고수했다. 그러자 수입품 가격하락과 저인플레가 계속되고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져 증시 활황이 유지된 것이다. 미국의 호황은 이처럼 외국자본 유입과 풍부한 통화공급으로 인한 금융장적인 성격이 강하다. 선.후진국 경제를 막론하고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상호관계에 있어 그 발전수준에는 다소 격차가 존재할 수있다. 그러나 그 격차가 지나치면 오히려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실물경제에 비해 금융부문이 너무 낙후돼 발생한 것이라면 최근 미국경제의 둔화 현상은 실물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금융부문으로 인해 경제의 거품이 제거되는 조정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경기의 명암은 곧바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미국경기가 위의 어느 시나리오로 진행되든간에 현재의 아시아 위기극복에 당장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이다. 호황이 계속되면 지금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고, 갑작스런 증시붕괴는세계경제의 공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기가 급락하기 전에 미리 천천히 냉각시키는 연착륙 정책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 수단이 되는 고금리 유지정책은 아시아 경제에 필요한 자본 유입에는 장애 요인이 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단지 구조조정을 통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밖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금융산업의 개편을 통해 금융부실을 조속히 제거하여 금융시장의 금융중개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는 일본경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둘째 상대적으로 제조업에 비교우위가 있는 한국으로서는 21세기적 관점에서산업 전반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협력을 가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아시아통화기금(AMF)과 같은 역내 통화 공조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속적인 내수 부양책을 실시하고, 역내 각국 통화가치의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아시아 경제발전의 선도국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