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게임이다] '금리 떨어지면 대출금부터 갚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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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참기 어려운 것이 치통이다. 어떤 구두쇠가 이빨이 아파서 치과에 갔다. "이빨 하나 뽑는데 얼마요?" 이렇게 물었더니 의사 대답이 2만원이란다. 비싸다 싶었는지 구두쇠는 따져 물었다. "이빨 하나 뽑는데 1분도 안걸리는데 2만원이나 받아요?" 그랬더니 의사선생님 하시는 말씀. "아까우시면 천천히 뽑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고통스러운 것은 비단 이빨 뽑는 일뿐이 아니다. "대출이자 내는 것은 훨씬 더 고통스럽더라고" 한심한 선생은 푸념이 대단하다. 예를들어 17%짜리 대출을 천만원받았다면 1년동안 대출이자는 170만원. 한달에 약 14만원 정도다. 만약 이 돈으로 4년6개월짜리 적금을 든다면 천만원도 넘는 돈이 될텐데... 어느새 대출이자가 원금과 같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다. "대출금 갚을 요량으로 이제부터라도 적금을 부어야겠어" 그러나 이게 바로 한심한 선생이 이름 값을 하는 이유다. 세상에서 정말 한심한 재테크가 대출금 갚겠다고 적금드는 경우라고나 할까? 금융기관은 원래 싼이자로 예금이자를 주고 비싸게 대출이자를 받아서 예금과 대출의 마진을 챙기는 곳이다. 그러니 적금이자가 대출이자보다 높을리가 없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하락기에는 적금이자는 급격히 미끄러져서 이미 12%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대출이자는 세월아 내월아 17%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다. 뿐만 아니다. 적금이자에서 이자소득세까지 공제한다면 세후이자율은 9% 남짓이다. 대출이자는 17% 토끼걸음으로 도망가는데 세후 9%자리 거북이 걸음으로 언제 따라 잡는다는 말인가? 이런 경우는 아예 적금들 돈으로 매달 대출원금을 갚아 버리는게 훨씬 유리한 재테크다. 대출원금을 갚아나가는 것은 이자소득세 없이 대출이율로 적금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이자=대출원금x이자율x대출기간"이므로 매달 대출원금을 줄여나가면 그만큼 대출이자 부담도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예를들어 매달 50만원씩 2년동안이면 대출원금 천만원과 17% 대출이자를 모두 갚을 수 있다. 매달 25만원씩이면 5년동안에 대출원금 천만원과 이자를 모두 갚을 수 있다. 고수가 될수록 묘수만 가지고 바둑을 이길 수는 없다. 패착을 피해야 한다. 재테크게임도 마찬가지다. 금리하락기에는 저축보다도 대출이자부터 줄여야 재테크게임을 이길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