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43) '일 도와주다 부상'

살다보면 남의 일을 해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는 사람 일이라서 먼저 도와주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윗사람 부탁이라 내키지는 않지만 할 수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내키지는 않지만 일을 해주는 경우에 아무 문제없이 일을 마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일을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치료비며 여러가지로 서로 불편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참 난처하기 그지 없습니다. 경남 진주에 사는 오씨는 직장 상사의 부탁으로 상사의 집에 가서 일을 해주게 되었는데, 일을 하다가 본인의 과실로 인해서 눈을 다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상사는 치료비나 하라고 하면서 얼마간의 돈을 오씨에게 주었는데,오씨는 다친 부분으로 인한 수술비와 통원 치료비로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고, 아직도 다친 부분이 완쾌가 되지 않아서 여간 고생이 아닙니다. 자, 이런 경우에 오씨가 법적으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오씨가 다치게 된 경위가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과실로 인한 것이 분명하다면 남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오씨가 다친 것은 자기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사고로 인해서 생긴 손해에 대해서 다른사람에게 배상책임을 지우게 할 수 없고, 오씨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오씨 생각으로는 직장 상사의 부탁으로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직장 상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직장 상사가 부탁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고가 전적으로 오씨 잘못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직장 상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는 겁니다. 또 오씨가 한 일도 직장 상사의 부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회사의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도 없습니다. 오씨는 여러 가지 점에서 좀 딱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자기가 모든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겠고, 또 직장 상사가 치료비에 쓰라고 얼마간의 돈을 줬다고 해서, 그것이 직장 상사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에서 배려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직장 상사에게 더 이상의 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