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업인의 사기..강선중 <크로바프라스틱 사장>

강선중 조지장자라는 말이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자기논의 벼포기를 빨리 키우기 위해서 벼 마디마디를 강제로 뽑아 올렸다. 그리고 키가 빨리 커진 그 벼포기를 보고 만족했으나 벼가 곧 죽게 되어 크게 후회했다는 이야기다. 될 뻔이나 한 일인가. 벼를 빨리 자라게 해서 하루라도 먼저 수확을 보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무슨 일이든지 항상 순리와 절차와 시간이 있어야 제대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비료를 주고 김을 매고 물관리를 정성껏 하면서 기다렸다면 때가 되어 좋은수확을 하게되는 것을, 그 사람은 그만 순리에 역행하다 큰 낭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우리가 IMF 구제금융체제에 들어간지도 이제 8개월이 돼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너무나도 큰 돌풍속에서 정신없이 지내 오는 가운데 이루 헤아릴수 없는 수많은 기업들이 쓰러졌고 살아남아 있는 공장들도 대부분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실물경제는 여간 어렵게 돌아가고 있질 않다. 다행히 외환위기만은 조금 가라 앉았다. 그러나 환난이 휘몰아치고 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나 기업들이 이 재해를 극복하고 더 굳건한 경제 기반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눈물겹도록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모든 것을 더 냉철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또 정부와 기업이 해야할 역할을 확실히 재정립해서 이제는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정을 병행해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일들이 새로운 경제도약과 새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필요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해야될 일이 있다고 본다.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 주는 일이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자고 하는 마당에서 기업인들의 사기와 의욕과 결의만이경제를 살리는 절대적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비료를 주고 물을 잘 대주면서 그러나 주위의 잡초는 제거하면서 잘 관리해야 곧 좋은 수확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과 경제사정을 하는 가운데 혹시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환난이 다시 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급해도 조지장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