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우유

말린 통옥수수 대신 수분함량이 높고 곱게 간 옥수수를 사료로 쓰면 젖소의 젖분비가 많아지고 살이 찐다. 미국 농업연구국(ARS)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미 농업전문 잡지 "애그리컬처"가 7월호에 소개했다. 마리당 하루 4파운드 더 생산했다 한다. 여느때 같으면 국내 낙농가에 반가운 소식일테지만 요즈음은 그렇지가 않다. 지금은 생산보다 소비가 중한 시절이다. IMF여파로 우유소비가 크게 줄어 재고가 1만6천t가량 쌓여있다. 적정재고의 3배가 넘는 양이다. 사료값마저 올라 젖소농가들이 쓰러지고 있다. 새끼젖소 한마리값이 큰 개값만도 못한 2만~3만원에 팔린다. 도살장에 끌고가야 수송비도 못건져 내다버리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IMF 이후 "1생2우3학"이라는 절약을 상징하는 말이 나돈단다. 절약의 우선순위가 첫째 생수, 둘째 우유, 셋째가 학습지란 뜻이다. 가족건강이나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것들이어서 안타깝다. 농업관련 기관 및 단체들이 "우유 더 마시기운동"에 나섰다. 따뜻한 밥 한공기에 우유 2백ml를 말아서 김치를 얹어먹는 "우유밥"덕에 그동안 건강을 지켜왔다는 농림부장관의 우유예찬까지 들린다. 농협은 전국의 영업점에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커피나 차 대신에 우유를 내놓기로 했다. 축협은 가두 캠페인에 나섰다. 우유에는 영양소가 55가지나 들어있다. 어릴때 많이 마시면 키가 큰다. 비타민 B2는 "성장촉진 비타민"이라 불린다. 우유에는 위점막을 보호하고 발암물질을 파괴하는 물질이 있다. 술마시기 전 우유가 좋다는 것은 이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마시면 설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내에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의 기능이 약한 경우인데 양을 매일 조금씩 늘리면 나중에 한컵을 마셔도 괜찮다. 체온보다 20도가량 낮은 찬 우유는 설사하기 쉽다. 고려시대에 일부 귀족이 우유를 먹었고 우유소까지 뒀다는 기록이 있다. 영국의 처칠은 "어린이에게 우유를 먹게하는 일이 정부의 가장 안전한 투자"라 했다. "완전식품"으로 평가받는 우유와 유제품을 가까이 했으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