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자율성있는 리딩뱅크 돼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합의에 따라 자산규모 1백5조원의 초대형은행이나오게됐다. 획기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잠정적으로 상업한일은행으로 불릴 합병은행은 다른 은행들을 선도할 이른바 리딩뱅크의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는점에서 특히 기대를 모은다. 동화 등 5개 은행퇴출이후 한동안 대형시중은행간 통합은 없을 것이란게 정부관계자들의 얘기였고, 상업.한일 두 은행도 외자유치를 통한 독자적인 대형화계획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두 은행의 전격적인 합병합의는 의외의 느낌도 없지않다. 그러나 대형시중은행들의 통합을 통해 3,4개의 리딩뱅크를 만들겠다는게 당초의 정부구상이었고, 또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금융구조조정청사진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었기 때문에 두 은행 합병은 잘된 일이라고 하겠다. 두 은행 합병을 시발로 다른 대형은행간 통합도 급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할 일이다. 그러나 합병만으로 금융구조의 모순이 해소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제부터의 금융구조조정작업을 특히 주목할필요가 있다. 상업.한일은행간 합병도 경우에 따라서는 초대형 부실을 결과할수도 있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자산규모가 커지는만큼 기존 부실규모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런 우려가 없을 수 없다. 또 상업.한일은행은 시중은행중 이른바 기업문화란 측면에서 가장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합병상대로 적합하다는 인식도 없지 않지만, 과거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의 경우를 되새겨볼때 역시 통합이후의 융화를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합병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려면 우선 긴요한 것이 정부지원이다. 국내최대규모의 은행에 걸맞은 대외신인도를 확보하려면 기존부실을 해소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등이 국제기준을 갖춰야할 것이고, 그러려면 정부지원은 필수적이다. 그동안 두 은행이 추진해온 외자도입은 합병에 따라 차질을 면치못할 것 같다. 두 은행이 모두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교섭을 벌여왔기 때문에 다시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한다는 얘기다. 한일은행은 그동안 리먼브러더스와 2조원 정부출자조건으로 34억달러 유치교섭을 벌여왔고, 상업은행은 미국 보험단과 4억5천만달러 투자의향서에서명한 단계였다. 두 은행이 이같은 외자유치교섭에 차질이 올 것을 각오하고 합병을 택한데는은행측 주장과는 달리 정부가 유치조건이나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에 대한 판단문제이므로 여기서 길게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대형은행간 합병은 단기적으로 외자도입에 문제를 낳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규외자도입은 차치하더라도 그렇다. 동일인 대출한도등을 감안할때 은행이합병할 경우 기존 두 은행의 크레디트라인(단기차입한도)을 그대로 합병은행에 주지는 않는다는게 금융계의 상식이다. 바로 이런 대목에서도 합병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지원과 배려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병으로 탄생할 초대형 리딩뱅크에 대한 자율성보장이다. 리딩뱅크의 전제조건은 자율성, 곧 관치금융에 대해 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바로 그런점에서 리딩뱅크에는 외국계은행의 참여가 긴요하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자율성있는 리딩뱅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이제부터의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