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지방 집중호우] '기상청 오보가 큰 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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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집중호우로 사망 실종자가 1백명안팎에 이르는 대참사가 발생한 것은 기상청이 예보를 잘못해 일어난 인재라는 지적이 높다. 기상청은 지난달 31일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불과 5시간전까지도 3백mm가 넘는 비가 쏟아지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30분에 전남지방에 모두 60~1백mm가량의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전남 구례의 경우 이날 하루에만 예상치보다 1백20mm이상 많은 2백28mm의 강수량을 보였다. 1일 낮12시까지 이틀간 내린 강수량을 합하면 무려 3백16mm에 달했다. 더욱이 전남 순천은 31일 오후 9시50분부터 1시간동안 1백45mm의 비가 내려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이래 1시간 강수량으로는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기상청의 대응만 빨랐어도 피해규모는 줄일수 있었다. 기상청은 이날 지리산 일대에 1백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는데도 상황을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집중호우가 발생한지 30분~1시간 가량 지나서야 뒤늦게 지역별로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내렸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산과 계곡에서 야영하던 피서객들이 폭우에 휩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70여mm의 강수량으로 시민의 발이 한달이상 묶였던 지하철7호선 사태를 감안하면 얼마나 터무니없는 오보였는지를 가늠할수있다. 특히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는 평지에 비해 상상할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청의 오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25일에도 오보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비가 온다는 예보를 했으나 날씨가 화창해진 것. 이에따라 주말 일정을 취소한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기상청은 이날 "기압골 후면에 있던 고기압이 크게 확장하면서 서해상에 있던 기압골을 남북으로 분리시켜 북한에 5~20mm, 남부지방에 5mm미만의 적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초 10~40mm의 제법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였던 중부지방에는 빗방울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9일 오후에도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서울 등 중부지방에 폭설이쏟아져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서울에 내린 눈은 14.5cm. 서울지역의 2월 적설량으로는 69년(19.2cm)이후 29년만의 대설이었다. 겨울철 적설량으로도 8번째인 기록적인 수치였다. 그럼에도 기상청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 이날 오후 4시까지도 서울.경기지방에 2~7cm의 눈이 내릴 것으로만 예상했다. 심지어 오후 6시에는 총 적설량이 5~10cm라고 예보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이와 관련,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의 장비와 인력으로는 집중호우 등 각종 기상현상을 올바르게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예보의 정확성을높여 재해 피해를 최소화시키기위해서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사용하고있는 슈퍼컴퓨터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