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단란주점 .. 최선정 <보건복지부 차관>

단란주점은 지난 92년에 처음 도입된 식품접객업종의 하나이다. 행정용어치고는 다소 생경한 느낌을 주는 업종이름이지만, 폭탄주 음란 퇴폐 호화.사치 등으로 대변되는 당시 유흥업소의 잘못된 음주관행을 개선할 목적으로 탄생한 업종이다. 다시 말해 가족이나 친지들과 어울려 담소하면서 한잔 술을 즐기고 흥이 돋아나면 노래도 할 수 있는 글자 그대로 소박하고 단란한 음주문화를 장착시키고자 하는 행정당국의 의지가 그 이름 속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단란주점이 탄생될 때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산산히 부서져 뜻 있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무슨 사건이나 문제가 터졌다 하면 단란주점이 끼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간판만 단란주점이지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방을 만들어 실내구조가 유흥주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업소가 있는가 하면,유흥업소에서나 허용되고 있는 호스티스가 버젓이 술시중을 들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왜 이와 같은 허망한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단란주점의 일그러진 모습은 단란주점 경영자의 낮은 준법의식, 업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비틀린 음주행태, 그리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사후관리가 잘 어울러진 복합불량품에 다름 아니다. 만약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제도의 취지에 걸맞은 바른 길을 걸었다면 단란주점이 이처럼 변질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 다시 업종제도를 고치자는 논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모든 잘못을 제도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제도대로 운영되기만 하면 단란주점보다 더 단란한 술집이 어디에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업주 이용자 행정당국이 각자의 본분을 다해야만 단란주점이 제 궤도 위를 달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란주점이 하루 빨리 제 자리를 찾아 조만간 제대로 된 단란주점에서 그야말로 단란하게 한 잔 하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