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주와 위스키..유한수 <포스코 경영연구소장>

유한수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대개 아스피린이나 페니실린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알코올이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약리작용을 하는 것은 고대인들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류문명의 초기부터 알코올은 일종의 약으로 사용되었다. 3천년전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의 유적중에는 맥주를 급료로 지급한 기록도 있다. 맥주는 인류가 마시는 알코올 음료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렇지만 맥주는 인류가 발명한 것은 아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보리밭에 홍수가 난뒤 맥주보리가 발효하는 과정에서그 존재가 발견된 것이다. 맥주의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알코올을 술로 만드는데 있어 각국의 기후는결정적 작용을 한다. 예컨대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지방의 독특한 기후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또 프랑스의 기후가 아니라면 꼬냑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술을 기후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다. 음식과 생활습관 등 문화도 중요하다. 어느 민족도 술을 스트레이트로 마시지는 않기 때문에 같이 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와 궁합이 맞는 술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이런 점에서 술은 신토불이적 성격이 있다. 우리의 경우 예전엔 막걸리가 대표적 술이었으나 농경문화가 사라지고 보관성 등 문제 때문에 이제는 소주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술이 되었다. 97년에 술마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사람이 1년에 소주를 1백20병정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국민주라고 할만 하다. 이같은 소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유럽의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WTO에제소해 일단 승리했다. 소주보다 위스키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차별대우라는 것이다. WTO는 소주와 위스키를 경쟁관계에 있는 대체재라고 판정했다. 이것은 유럽식 사고방식이다. 한국사람들은 가격때문에 소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율을 낮춘다고 위스키가 소주를 이길 것 같지는 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