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정부의 외환시장 간접개입

재정경제부가 지난 4일 한국전력 등 해외차입을 추진중인 7개 공기업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해외차입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해 할지 모른다. 지난해말 이후 금융기관과 기업 심지어 정부까지도 사활을 걸다시피 외자유치에 나섰고 아직 우리경제가 외환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정부가 이번에 해외차입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까닭은 원화환율 안정이 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달러당 2천원에 육박했던 원화환율은 올해초의 단기외채연장,국제기구의 긴급자금지원, 2백억달러가 넘는 올상반기 경상수지흑자 등 덕분에 지난달 중순이후에는 달러당 1천2백원대로 떨어졌다. 원화환율이 이렇게 급락하면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및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더구나 일본엔화가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함에 따라 수출업계가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큰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해외차입 자제요청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한 셈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정부인식에 동의한다. 다만 국내금리 외환보유고 엔화환율 국제금리 등 국내외 경제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수출말고도 원화환율을 끌어올려야 할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원화환율이 급락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 11%대로, 콜금리가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등 금리수준이 크게 떨어진 마당에 환율마저 급락하면 외화유출이 본격화돼 자칫 제2의 환란이 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비록 가용 외환보유고가 3백90억달러를 넘었고 거주자 외화예금도 1백13억달러에 달하지만 아직 외환수급 안정을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관계자가 지적한 것처럼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지속 및 원화환율 하락은 수입감소 및 이에따른 달러수요 감축때문으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채산성악화를 반영하여 지난 5월부터는 수출도 줄고 있다. 또한 엔화약세 등 국제경제환경이 매우 유동적인 것도 큰 문제다. 일본 정국불안 및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인한 금융경색 때문에 당분간 엔화약세는 계속될 전망이며 메릴린치 등은 올해안에 달러당 1백6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여부가 주목거리다. 중국당국은 엔화가 달러당 1백50엔이하로 떨어지면 위안화도 평가절하 할 수밖에 없다고 이미 여러차례 경고한바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세번째로 큰 299.43포인트 폭락하는 등 미국경제도 불안한 모습이다. 그럴수록 원화환율의 안정이 중요한 만큼 정부의 빈틈없는 대응을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