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이승연'

"다른 날보다 굉장히 긴장되고 떨리네요. 방송을 통해 아시겠지만 부주의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5일 오후10시55분. SBS "이승연의 세이 세이 세이"에서 이승연씨는 짤막한 사과로 프로그램을시작했다.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웃고 떠드는 "쇼"가 계속됐다. 불법 운전면허취득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씨가 프로그램을 계속 맡기로 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SBS는 진행자교체 여론에도 불구, "일단 그냥 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제작진은 "이씨가 잘못은 했지만 재능이 아까워서" "그만한 진행자가 없어서"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욕을 먹더라도 시청률 30%에 이르는 인기프로그램을 포기할수 없다는 것이다. MBC 역시 이씨가 출연중인 주말드라마의 방영전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선에서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명백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어떻게 별일 아닌 듯 계속 방송을 진행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SBS뉴스나 교양프로그램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씨의 불법면허취득사건이 보도된 다음날 SBS가 저녁 8시뉴스에서 현행 면허시험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많은 사람들은 "자사 방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방송사에서 시청률은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방송의 도덕성이나 신뢰성보다 시청률을 우위에 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예를들어 SBS가 "법과 질서를 지키자"는 캠페인을 하거나 시사프로그램등에서 위법행위를 고발할때 시청자들이 과연 공감할지... 또 TV에 큰 영향을 받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은연중에 불법 면허취득정도야 별 잘못 아니라고 받아들인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