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오더 받은 벤처기업, 자금지원 없어 '발만동동'

전남 강진에 본사를 둔 폐기물처리 기계 제조업체 정경산업. 이 회사의 정진규(49)사장은 기술 하나만을 믿고 10여년간 한우물을 파온 전형적인 벤처기업인이다. 지난 87년 유독가스와 처리비용을 크게 줄인 저온 열분해방식의 폐기물처리기술을 개발, 특허등록한 이후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 91년 회사를 차렸다. 그후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한 결과 특허등록한지 7년째인 94년 마침내 실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중소기업이라 해서 아무도 제품을 믿지 않은 것이다.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해도 은행문전에서 박대를 받기일쑤였으며 수출을 해보려해도 정부기관의 보증서하나 뗄수 없었다. 정경산업은 (주)대우와 끈이 닿아 미 GTR사에 2백50만달러에 달하는 폐기물처리 플랜트1기를 수출하고 러시아 등지로부터 오더를 받는등 판로를 확보했지만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등은 물론 수출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도 외면당하기 일쑤라는 설명이다. 인천에 자리잡은 또다른 벤처기업인 P산업. 3년간의 연구끝에 다기능로봇을 개발한 이 회사는 중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2백45만달러의 수출오더를 받았다. 또 미국업체와도 4백50만달러 규모의 수출상담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K사장은 요즘 고민이다. 생산설비자금으로 17억5천만원정도가 필요한데 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금등에서 과거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TFT(박막트랜지스터)방식 LCD(액정표시소자)제조장비업체인 서울 독산동의 J사도 비슷한 처지다. 대만으로부터 1백여만달러의 수출오더를 받고 무역금융을 이용하기 위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등을 접촉했으나 담보와 보증서를 요구해 수출을 포기해야할 처지다. 이처럼 새로운 수출역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최근들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신생업체라는 이유로 수출용 물자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무역금융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 오더를 받고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또 신용보증기금과 수출보험공사도 설립된지 얼마안돼 재무제표가 없거나 과거 실적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보증을 기피하고 있어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무역협회 김인규 IMF대책팀장은 "신생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수출증대및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들에게도 창업자신용이나 수출신용장 개설인등을 종합판단해 무역금융을 지원하거나 신용보증을 해주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