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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치가 드디어 달러당 1백47엔대로 붕괴됐다. 이제 둑이 터진 양상이다. 엔화약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회복세로 돌이킬만한 재료가 없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분석이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동향을 보면 이같은 시선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은 "현재의 엔.달러 환율은 적절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엔 약세 저지를 위해 선진 7개국(G7)이 공동으로 시장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 팽배한 "엔화 추가하락" 심리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적 발언이었다. 시장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발언이 엔화약세를 자극했던 만큼 자세를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은 이런 발언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야자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도쿄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47엔대로 곧장 치달았다. 미야자와의 발언이 아무런 힘을 주지 못한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이 휴무에 들어가 기업 쪽의 달러매입이 뜸했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엔화약세가 지속되리라고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정부의 소극적 자세가 가장 큰 문제다. 획기적인 경제대책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사실 상황을 단번에 뒤집어놓을 만한 아이디어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경기침체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부실금융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문제지만 이 대목에서도 해외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등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제시한 대안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대장상이 시장개입 방침을 밝혔지만 시장에서 별 의미를 두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금융개혁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시장개입이 힘을 받을 수 있게느냐는 것이다. 일시적인 땜질에 그칠것이라는 반응인 셈이다. 다이이치 칸교은행의 수석딜러인 마쓰라 유지는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발언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당장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투자신탁회사 관계자는 "일본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엔화방어에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엔화가 얼마까지 떨어지느냐다. 슈로더재팬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시플리는 "일본 정부가 부실채권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엔화가 올 연말에는 1백60엔대로 폭락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당 1백50엔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ING베어링의 분석가 리처드 제럼도 "부실채권 문제가 엔 약세의 주요원인"이라면서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엔화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고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도 일본경제 조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금융빅뱅 조치로 일본인들의 외환투자가 쉬워졌다는 사실을 들어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공동개입이 없는 한 엔화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향후 3개월안에 엔화가 달러당 1백55엔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골드만 삭스의 예측을 전하면서 엔화가 달러당 1백50엔 이하로 떨어지면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가져와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