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힘든 폭우땐 지뢰밭걷는 심정"..기상청예보관 박상준씨

"천기를 누설하는 직업" "하루에 5번씩 죽는 사람". 기상청의 "꽃"인 기상예보관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기상청에 근무하는 예보관은 모두 10명. 10여년간 예보업무를 맡고 있는 박상준(49)단기예보관도 이중 한 사람이다. 단기예보관은 기상청내에서 "꽃중의 꽃"으로 통한다. 장기예보관들은 1주일 단위로 예보하지만 단기예보관은 매일매일 승부를 걸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의 보람도 많지만 스트레스도 크다. 최종 기상예보가 나가기 바로 직전 기상청 예보실에서는 예보브리핑 회의가열린다. 예보관들을 가장 피말리게 하는 시간대가 바로 이 때다. 회의를 통해 확정되는 예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그날 예보를 내는 담당예보관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OK사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기상예보가 발표된다. 예보브리핑 회의와 기상예보는 하루 다섯차례씩이다. 그래서 "예보관들은 매일 5번씩 죽는다"는 말이 나온다. "바둑광들이 눈만 감으면 바둑알들이 보이듯 잠잘때도 일기도가 꿈에 그려지곤 합니다" 박상준 예보관은 "요즘같은 예측하기 힘든 집중호우때는 하루하루 지뢰밭을 밟고 있는 심정"이라고 호소한다. 하루 수십통씩 걸려오는 시민들의 항의전화를 받는 것도 그를 괴롭히는 일상업무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그는 항의하는 시민보다 1시간 앞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하늘을 더 원망한다. 예보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다. 특히 요즘같은 집중호우때는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다보니 대부분 건강상태가 말이 아니다. 박 예보관은 "낡은 장비 등 좋지 않은 여건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상청을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