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기술로 미래를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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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란이다, 물난리다 하여 온나라가 경황이 없는 가운데서도 모처럼 밝은 소식 하나가 첨단기술분야에서 전해졌다. "미래와 사람"이라는 벤처기업이 획기적인 음료수 냉각캔 제조기술을 개발해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음료수캔에 소형의 즉석 냉각장치를 부착해 2분 이내에 차갑게 하는 이 조그만 첨단기술을 얻어가기 위해 한 캐나다회사가 내겠다는 금액은 자그마치선급금 1억달러에 로열티가 10년동안 연간 1천만달러 이상에 달한다. 캐나다회사 외에도 이미 일본 필리핀회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세계적 맥주음료회사들이 수십억달러를 제시하며 기술을 모두 넘길 것을 제의해오고 있다니 새삼 첨단기술의 위력을 실감케 된다. 미래와사람이 올린 빛나는 개가는 미증유의 위기속에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몇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무엇보다도 국가경제와 기업이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그중에서도 첨단 제조기술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이 피부에 와닿는다. 이 회사의 권성문 사장은 보수적 섬유업체인 군자산업을 인수, 중견 벤처기업으로 대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냉각캔 하나로 적자기업을 흑자로 전환시켰음은 물론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 잘 알려진대로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기술무역적자국이다. 지난해 기술 사용료로 24억달러를 지불했으나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고작 1억6천만달러였다. 특히 우리가 도입하는 기술은 주로 비싼 첨단기술인데 비해 수출기술은 제약관련 일부 기술을 제외하면 중.저급 기술이다. 이번에 수출되는 냉각캔 기술은 세계가 알아주는 첨단 제조기술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기술무역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래와 사람의 성공은 뛰어난 기술력이 탄탄한 자금력과 결합해 이루어내는 벤처기업 성공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김호균씨라는 아이디어맨과 냉매제조 권위자 오석재씨의 의욕적인 개발노력이 개발자금부족으로 좌절위기를 맞았을때 이들을 영입해 개발에 탄력을 붙인 사람은 권성문 사장이었다. 오늘날 많은 첨단기술들이 개발 일보직전에서, 또는 개발후에도 벤처캐피털을 만나지 못해 아깝게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함을 볼 때 이들 트리오의 환상적인 만남은 더없이 교훈적이다. 이번 냉각캔 기술수출과 관련해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IMF사태후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급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들어서만도제값을 못받은 기술수출이 7,8건에 이른다고 한다. 첨단기술의 헐값 수출은 산업 공동화의 지름길이다. 다른 상품은 몰라도 첨단기술만이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