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선박금융 양보하고 타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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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 이후 국내금융기관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8%이상으로 높이는데 사활을 걸었고 이같은 몸부림은 5개은행의 퇴출로 절정에 달했다. 은행사정이이렇다 보니 신용경색 때문에 기업이 쓰러지는 등 실물경제가 몸살을 앓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은행들과 해운회사들이 다투는 선박건조금융의 금리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SK해운 등 3개 국내해운사들은 4척의 LNG(액화천연가스)전용선을 건조하면서 LIBOR(런던은행간 금리)+1%의 금리를 내고 5회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국내외 은행으로부터 각각 4천5백만달러 가량을 신디케이트 론 형식으로 빌렸다. 문제는 IMF체제 이후 국내은행들의 신용추락으로 조달금리가 크게 치솟아 역마진이 발생한데서 비롯됐다. 조달금리가 LIBOR+4%로 올랐으니 수익률보호(Yield Protection)조항을 적용해 금리를 2~3%포인트 올려달라는 시중은행들의 요구에 대해 해운사들은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금융을 제공한 은행잘못을 해운사에 떠넘기는 횡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해운사들이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외화자금중현재 잔금이 75억달러나 되므로 만일 금리를 3%포인트 인상하면 추가되는 이자부담만 연간 3천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중은행들과 해운회사들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해 빨리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LNG전용선 건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자칫 가스수송에도 지장을 줄 염려가 있다. 또한 비슷한 다툼이 항공 석유화학 등 다른 산업에 까지 번질 경우 국민경제 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양측이 타협을 하지 못하고 끝내는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30일로 기일이 된 4회분 선박대금 지급을 거절하고 이같은 사실을 외국계은행들에 통보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핵심쟁점인 수익률보호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에 대한 판례가 없어 법률적인 판단이 쉽지 않은데다 설사 판결이 난다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그때까지 계약불이행에 따른 기존대출회수 등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경제의 대외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도 다시 한번 중재노력을 기울여 신속하게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겠다. 해운사들은 장기조달금리 범위에서 추가부담을 고려해야 하며 시중은행들도 고객보호차원에서 금리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밖에 장기대출에는 장기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금융원론에 충실해야 하고 금리변동위험의 관리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끝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빌려준 외화대출금리를 1~2%포인트 낮춰줘 시중은행의 역마진을 간접적으로 보전해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