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녀공학

우리나라의 근대교육은 19세기말 태동됐다. 1883년 원산학교가 설립됐고 85년 배재학당, 86년 육영공원과 경신학교 이화학당 등이 생겼다. 초등학교에서나마 남녀공학이 본격화된 것은 50년6월1일 초등교육의무제가 공표된 뒤부터였다. 중고교 남녀공학은 69년 중학교 무시험진학정책도입에 이어 85년 중학교 의무교육화가 추진되면서 늘어났다. 현재 전국의 국.공립중학교 2천51개 가운데 1천3백78개, 사립중학교 6백85개중 2백44개가 남녀공학이다. 서울은 3백53개중 1백95개, 부산은 1백54개중 25개, 경기지역은 3백61개중 2백46개가 남녀학생을 함께 가르친다. 고등학교의 경우 국.공립은 9백99개중 6백47개, 사립은 9백22개중 2백70개가공학이다. 서울은 2백78개중 85개, 대구는 72개중 13개, 광주는 56개중 16개, 경기는 2백75개중 1백92개가 공학제를 채택했다. 자유기업센터가 주부들로 구성된 VOL(Voice of Life)네트워크 멤버에게 실시한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73.8%가 "남녀공학이 좋다"고 답한 것은 우리사회 변화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남녀공학은 교육부의 권장사항이다. 국.공립에 남녀공학이 많고 신설학교가 많은 지방이나 신도시에 공학이 집중돼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교육부가 1월 4일 확정 고시한 제7차 교육과정안은 중학교에서 남녀 학생이 똑같이 기술.가정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상당수가 남녀공학에 들어간 뒤 자녀가 목욕을 자주 하고 어른스러워졌다고 말한다. 남녀공학은 또 청소년기에 필요이상 커지기 쉬운 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을 줄인다. 남녀합반을 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서로의 성 차이를 인정하면 상대방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남자는 씩씩하고 용감해야 하며 여자는 얌전하고 수동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여성성과 남성성의 특질을 파악하면 서로를 보완하는데힘이 될 것이다. 일찌감치 함께 사는데 필요한 덕목들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21세기 지식사회를 헤쳐나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