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공황 오나] (2) '러시아 돌발사태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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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사태로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바로 국제 공조체제의 한계다. 국제사회가 위기 당사국에 자금을 대주고 그 댓가로 경제개혁을 진행시켜도결정적인 순간엔 아무런 도움을 주기 못한다는게 확인됐다. 이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선언과 루블화 평가절하로 인한 세계금융시장 혼란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특정국가나 지역에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속수무책으로 바라다 볼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세계금융시장은 외환투기꾼과 대형 투자기관들에 의해 사활이 결정되는 위험한 지경이다. 러시아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까지의 경과를 보면 이같은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에 2백26억달러를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을 당시만 해도 대부분 러시아경제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자금지원을 결정한 뒤에도 러시아주가와 루블화는 계속 떨어졌고 마침내 모라토리엄과 평가절하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고 말았다. 아시아상황도 크게 다를게 없다. IMF와 선진7개국(G7)이 인도네시아와 태국 한국에 1천억달러가 넘는 막대한자금을 지원했지만 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는 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구제금융 수혜국에 대한 G7과 IMF의 개혁주문이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과 IMF는 구제금융 수혜국들에 대해 금리를 올리고 예산을 줄이게 하는 등 초긴축 정책을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혁정책이 구시대의 유물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요구대로 하다가 인도네아는 물가급등에 저항하는 시민폭동을 겪었고 러시아는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또 세계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국제협력체제가 빛을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개방으로 금융의 국경선이 사라지면서 핫머니등 국제투기자본이 활개를치고 있어 공조체제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어느정도의 폐쇄경제는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경제전략연구소(ESI)의 로렌서 치머린 연구원은 "핫머니에 대한 규제가 없이는 국제사회의 위기방지 노력은 효력을 낼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세계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우울한 사실만 확인됐다. 이로써 세계경제의 동시불황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방패막이도 없이 벼랑 쪽으로 치닫는 꼴이다. 미국 프리마크디시젼이코노믹스(PDE)의 앨런 시나이 수석연구원은 국제적인협력체계로도 러시아와 아시아경제위기를 막지 못함으로써 세계경제는 지난 30년대 세계대공황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무력한 것으로 드러나자 지금 세계는 "시간이 약"이라는 자포자기에 빠져들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일본경제가 회복되고 아시아가 위기를 극복하면 러시아경제사정도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희망을 걸고 있을 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