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I면톱] '한-일 조선업계 구조조정 방향 차이점'

2005년경에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조선시장의 불황에 대비, 세계조선시장의 맞수인 한.일 조선업계에서 구조조정문제가 본격 거론되고 있다. 다수의 중형조선소들이 포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설비능력을 줄이고 조선업체수도 대형사 4개사, 중형조선소 15개 정도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비해 대형사위주로 조선업이 운영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주로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쪽으로 구조조정의 논의가 집중돼 뚜렷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미쓰비시중공업 등 대기업들의 생산성향상노력으로 최대 건조능력이 90년의 7백50만GT(총톤)에서 2000년에는 1천1백50만~1천2백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탱커는 일본의 생산성이 한국보다 30% 정도 높은 편이다. 일본 조선업계의 설비는 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공급능력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판국에 2000년대초 선박건조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눈앞의 설비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업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7개사는 4개사로, 중견 30개사는 절반 정도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실제로 최근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은 같은 미쓰이그룹계열의 미쓰이조선이 적자에 시달리자 합병을 통한 지원책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더구나 일본은 설비증강에 주력해 온 한국이 생산성 향상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고 중국도 세계쉐어 10%를 목표로 설비를 늘리고 있음을경계하고 있다. 한국조선소들간에도 구조조정논의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 조선부문을 현대중공업이 인수한다는 소문이 돈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두 회사 모두 인수가능성을 부인, 소문은 소문으로 끝났다. 한국조선소들의 구조조정논의는 인수나 합병보다는 생산성향상과 원가절감으로 불황기의 선가인하경쟁에 대비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대가 부도난 한라중공업의 인수를 부인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기적으로 조선업체를 1~2개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설비경쟁을 통해 세계1~4위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업체가 다른 조선소를 인수.합병해 다시 대형화를 꾀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존 설비와 인력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현대 대우 삼성 등 대형업체들 모두 생산성향상과 경비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정동수 이사는 "컨테이너 대형탱커 벌크선 등 주력선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주의 주문에 최대한 응하는 것이 앞으로 치열해질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설비감축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다. 당장 일감이 충분한 만큼 일부러 설비를 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의 조선부문 인수설이 돌았던 삼성중공업의 경우 건설중기부문을 볼보에 넘기면서 조선부문을 오히려 강화, 조선전업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것은 한국조선업계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