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을 보는 '세계의 눈' .. '빅딜'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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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이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교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일련의 시스템이 갖추어 져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에드워드 그래함(Edward M.Graham)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오늘날의 효율성을 갖춘 것은 사업분할 등 다양한 형태의 빅딜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딜은 일자리의 축소 등 희생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제도적이고도 인내심있는 접근을 권고했다. 그의 특별기고를 정리한다.======================================================================= 한국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중에서 빅딜이 차지하는 비중은크다. 빅딜은 주요 재벌그룹 간에 사업분야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도 당연히 서로 바꾼다. 과잉중복된 분야를 정리하자는게 목표다. 이를 통해 다른 조직의 강점을 흡수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가 깔려있다. 처음에는 정부가 기업들간에 교환할 업종을 지정하는 방식이었으나 두달정도 협상이 진행된 지금은 각 개별그룹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변화됐다. 빅딜은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미국의 예에서 보면 답은 "예스"다. 미국에서는 빅딜이 M&A의 한 개념으로 통한다. 다만 기업들 간에 업종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M&A 자체를 빅딜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다임러 벤츠와 클라이슬러의 합병이 빅딜이다. 그러나 업종교환은 대개 사업분할(divestitures)의 형태를 지닌다. 자산을 팔거나 아니면 한 사업부문을 떼어 넘기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사업부문 양도는 금융시장의 기능이 아주 잘 돌아갈 때 가능하다. 또 활발한 사업분야 교환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경제의 경쟁력이 배가된다. 미국에서 작년(97년) 한해동안 발생한 M&A 건수는 7천8백건이 넘는다. 교환된 자산가치는 7천8백80억달러를 웃돈다. 건당 1억달러를 초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큰 거래라고 해도 10억달러를 넘는 수준이 고작이다. 전체 거래중 10% 정도는 외국기업의 미국업체 인수다. 실제로 10억달러가 넘는 거래중 19건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앞서 말한대로 한국의 빅딜은 미국으로 따지면 사업부문양도를 뜻한다. 회사의 한 부문이 다른 곳으로 팔리는 것이다. 지난 97년 미국에서는 2천5백여건의 사업부문양도가 있었다. 금액으로 치면 2천3백40억달러를 넘는다. 미국 전체 M&A의 3분의 1이 이런 형태다. 건당으로 평균 9천3백만달러가 조금 넘는다. 그러나 GM이 휴스 비행사업부를 레이덴에 95억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대규모 거래도 있다. 1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거래도 23건이나 된다. 작년의 M&A건수는 사상 최고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업부문양도는 그렇지 않다. 지난 96년 사업부문양도는 2천8백억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이 42억달러규모였다. 자산변동을 통한 구조조정은 지난 8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점차 줄어들고있다. 88년 이후 10년간 1조달러 이상의 기업간 자산교환이 이뤄졌다. 미국에서 사업부문양도가 활발했던 배경이나 한국이 그것을 추진하는 이유는 같다. 미국 기업들은 언제라도 자산의 내재가치보다 비싸게 팔린다면 이를 팔아 버린다. 이것은 자산을 매수하는 측이 매도하려는 측보다 해당자산을 고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차이는 매수하는 측이 더욱 효율적으로 자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수 있다는 것이 독점에서 오는 이익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런 점이 미국 법무성이 때때로 사업분야 양도거래에 간섭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태동하고 있는 빅딜과 미국의 사업부문양도에는 중요한 제도적 차이가 있다. 첫째 미국에서는 구조조정의 형태로 사업부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발행해서 독립법인화하는 스핀오프(spin-offs) 등도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업부문양도가 투자은행의 중개로 이뤄진다. 또 법률회사와 회계회사의 자문을 얻는 절차도 거친다.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오로지 재벌그룹간의 약속에 의해서만 빅딜이 이뤄진다. 이것은 미국에서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매수희망자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만이 살 수 있다는점에서 보면 미국처럼 시스템화된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래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낙찰가라는 것은 해당 자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때의 시장가격이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기도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 특히 사업부문양도 등이 지난 10여년동안 미국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러 예에서 보듯 사업부문 양도는 없어질 위기에 놓였던 사업들을 되살려 내고 자산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리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업부문 양도 등 기업 구조조정은 언제든 공장의 폐쇄나 감원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새로 공장을 인수한 사람이 몇개의 생산라인을 없애 공장을 리스트럭처링하는 것은 인수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일터 자체를 보전하기 위해 일부 일자리가 없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일터는 더욱 강력하게 변모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기업의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실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의심할 바 없이 미국경제의 효율성은 지난 10년전보다 크게 나아졌다. 미국의 최근 실업률이 지난 10년중 가장 낮다는게 이를 반증한다. 리스트럭처링은 지난 80년대에 시작됐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리스트럭처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던 지난 92년도에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선출된 것도 당시 경제가 죽을 쒔고 실업률도 극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리스트럭처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리스트럭처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경제의 장기적인 안정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