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긴축/개혁 힘 얻을듯 .. 러시아 체르노미르딘 총리체제

지난 3월 전격 해임된지 5개월만에 "러시아 위기호"의 조타수로 복귀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60)가 사실상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후계자로지명됐다. 옐친 대통령은 24일 체르노미르딘 전총리를 신임총리서리로 임명하면서 그를 오는 2000년 대통령선거에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울 것임을 밝혔다. 옐친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TV담화를 통해 "체르노미르딘을 다시 총리로 임명한 가장 큰 이유는 오는 2000년 정권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체르노르딘 총리를 후계자로 삼는다는 뜻이었다. 이처럼 5개월간의 정치공백후 정계에 "후계자 총리"로 화려하게 복귀한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침몰 위기에 있는 러시아호를 구해낼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리 옐친의 후계자라 해도 차기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체르노미르딘총리는 이날 총리취임 일성으로 기존의 경제개혁정책에 일대 수술을 가해 새로운 경제개혁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그 앞에는 러시아의 단기외채 상환 재조정안 루블화 방어 노동자 임금 체불 금융시스템 안정화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초미의 관심거리는 역시 외채상환 재조정안. 4백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어떤 조건으로 리스케듈링할 것인지가 문제다. 전문가들은 체르노미르딘이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안을 적극 지지한 바있고 IMF와의 협상에서도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었던 만큼 서방측 구미에 맞게 조건을 제시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재조정안에는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외채 문제를 안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채조정안이 핵강국 러시아 입장을 고려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이는 다른통화위기국들의 외채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대외채무 재조정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러시아는 신규로 유입될 자금을 바탕으로 노동자 임금 체불등 여러가지 현안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부실기업 정리 등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다.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재등장은 키리엔코 총리시절 의회의 반대로 빛을 못보던 각종 개혁법안들이 강력하게 재시행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줄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경제는 앞으로 IMF와의 약속대로 강력한 긴축기조 위에서 운영되게 된다. 한편 이번 총리 교체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국가두마(하원)의 겐나디 셀레즈뇨프 의장은 총리 교체에 적극적인 환영의뜻을 표했고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와 다른 야당 인사들도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백악관)과 일본(자민당)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가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체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재등장으로 옐친 대통령의 지도력은 상처를 입게 됐다. 차기 대통령선거전과 관련해서도 체르노미르딘의 발언권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다. 옐친은 자칫 러시아 정치에서 소외당할 가능성도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