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약재

한의학은 "몸의 형평"을 중시하는 의학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체의 허약과 부족, 병후 쇠약, 체질보강 등에는 보익보양약, 즉 보약을 쓴다. 반대로 질병이나 건강이 실한 경우는 소도사하토록 하는 사약을 쓴다. 부족하면 보충하고 넘치면 빼내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처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약보다 보약이 더 애용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한의학자중에는 예부터 우리민족이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난이 영양부족을 낳고, 이것이 몸을 보할 필요를 많게 해 보약을 더 찾게됐다는 논리다. 한의학이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은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때라 한다. 그러나 당나라의 왕도가 쓴 외대비요방에 고구려시대의 처방들이 소개된 것을 보면 우리 고유의 의술도 발달했던 것 같다. 고유의학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이 떠오르나 조선 세종의 치적 또한 많다. 동서활인원을 설치해 전염병환자를 수용, 치료토록 했다. 문.무 양과 이외에 의과를 잡과고시로 첨가했다. 궐내에서 의약서를 강독시켰다. 의료균점화를 위해 함경도 제주도등에 의관 향약집성방 등을 파견했다. 백성들이 한약을 값싸게 구할 수 있도록 약초재배를 적극 장려했다. 세종실록에 "외방각관에 모두 의원과 생도가 있고, 채약인을 두어 적기에 채약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식품의약청이 최근 서울경동시장 대구약령시등 전국5대도시 한약재상에서 당귀 사삼 황기등 17종의 한약재를 조사한 결과 비소 납 카드뮴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한다. 갈근 백작약 등에서는 표백제까지 나왔다. 강희자전은 약을 "병을 치료하는 풀"로 풀이한다. 그런데 한약재에 독이 들어 있는 현실이다. 토양오염, 과다한 농약사용, 삐뚤어진 상혼만을 탓할 때는 지났다. 약재의 재배 생산 수입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