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코노미스트클럽 조찬회] '하반기 통화신용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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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환 한국은행총재는 "지난 상반기중 우리경제는 마이너스 5%대 성장을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에도 우리경제는 상반기 못지않게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 총재는 "기조적으로 통화공급의 안정을 유지하되 경제회복을 뒷받침하도록 금리의 점진적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총재가 26일오전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조찬회에 참석, "하반기 통화신용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행한 강연내용을 정리한다. ======================================================================= 우리경제는 외환위기의 고비를 일단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금융기구의 자금지원과 경상수지흑자, 단기외채의만기연장 등에 힘입어 외환수급사정이 크게 개선된 탓이다. 그러나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기업부도와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신용경색 현상도 크게 완화되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등 실물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상반기중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하반기에 플러스 4.9%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후퇴다. 2.4분기의 경우 제조업생산, 소매판매, 내수용소비재출하 등 소비관련지표와국내기계수주, 건축허가면적 등 투자관련지표가 1.4분기보다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용사정도 제조업및 건설업을 중심으로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11월까지 2%대에 머물던 실업률은 지난 6월엔 7.0%로 상승했다. 지난 68년 1.4분기(7.4%)이후 최고수준이다. 실업자수도 1백53만명으로 작년 6월(50만명)의 3.1배 늘었다. 경상수지만 그런데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12월이후 매달 30억달러이상의 흑자를 기록, 상반기에만 2백24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이 7월엔 작년동기보다 10%이상줄었다. 통관기준 수출초과규모도 6월(40억5천만달러)보다 축소된 30억7천만달러에 그쳤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까지 급속한 원화절하의 영향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3월부터는 안정세를 지속, 7월말까지 3.3% 올랐다.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환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도 하락한 덕분이다. 환율과 금리는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현재 가용외환보유액은 사상 처음으로 4백억달러를 넘었다. 거주자외화예금도 1백2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7월부터는 기업자산의 해외매각대금이 유입되고 있다. 달러공급우위의 외환수급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환율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있다. 이달들어 미국주가하락, 위안화 절하가능성, 엔화불안 등으로 환율이 일시반등하기도 했으나 최근엔 달러당 1천3백원 안팍에서 안정돼 있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한국은행은 공개시장조작금리를 점진적으로 내리고 있다. 이에따라 시장금리및 금융기관 여수신금리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신용불안에 따른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지속됨에 따라 대다수 기업들은 아직도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우량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자금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수적으로 여신을 운용, 올들어 지난 7월까지 8천7백59억원의 대출을 회수했다. 이런 영향으로 그동안 하락세를 지속하던 어음부도율은 7월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여건은 하반기에도 상반기 못지않게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성장의 경우 소비 투자 등 내수의 위축이 지속되는데다 수출물량 증가세도 크게 둔화돼 계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증가와 근로자의 임금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 감소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경기회복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한 가운데 기업의 추가퇴출 등 기업구조조정의 여파로 투자심리는 더욱 냉각될게 분명하다. 경상수지는 큰 폭의 수입감소에 힘입어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화약세, 동남아및 일본의 수입수요 위축 등에 따른 수출부진과 대외이자지급 증대로 흑자규모는 상반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내수침체, 임금하락, 원화환율의 상대적 안정 등에 힘입어 상반기보다 오름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지만 유류세및 공공요금 인상, 집중호우에 따른 농수산물 수급불균형,원화환율 상승가능성 등 불안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고용사정은 정부의 공공투자사업 조기집행과 공공근로사업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및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조정이 본격화되고 내수침체로 신규 취업기회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은 수출부진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순유출에도 불구하고 공급우위의 외환수급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흑자와 기업자산의 해외매각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환율도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인투자가의 우려및 엔화약세등 대내외 불안요인은 여전히 잠재해 있는 상태다. 하반기에도 금융기관의 대출태도가 크게 바뀌기를 기대하는건 어렵다고 본다. 기업의 높은 신용리스크, BIS 비율부담 등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수가 부진한 가운데 실업대책, 구조조정지원및 경기부양 등을 위한 재정지출 증대로 재정적자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적극적인 대외개방조치로 외국자본의 유출입이 더욱 불규칙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기업과 금융구조개혁의 동시 진행으로 정책운용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통화신용정책을 물가및 외환시장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실물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는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최근 대외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계속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금리는 국내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도록 점진적 인하를 추진하겠다. 아직도 높은 은행대출금리도 구조조정이 완료돼 기업의 신용리스크가 낮아지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는 IMF와 합의한 예시한도내에서 탄력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이나 추석 연말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한 자금수요증대에 대해서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 신축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가상승압력을 최대한 완화함과 동시에 기업의자발적인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고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조적으로 통화공급의 안정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앙은행을 포함한 금융당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해결해야할 과제중 하나는 기업부도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일이다. 최근의 신용경색현상은 시중의 유동성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기업들의 신용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BIS비율 유지를 위해 여신취급을 억제하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일관성있고 과감하게 추진, 신용불안을 해소하고 금융중개기능을 회복하는게긴요하다. 이와함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다각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중소기업및 수출산업 등에 대한 대출확대로 인해 자금이 부족할 경우 한국은행은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방침이다. 또 부실금융기관 정리과정에서 예금인출사태 등으로 일부 금융기관의 유동성부족사태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할 모습을 보일 경우 국공채및 통안증권의 중도환매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할 방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