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 본 현대자동차 사태] '경제개혁 걸림돌'

홍콩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 사설을 통해 "현대자동차의분규 타결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설 내용을 정리한다. ======================================================================= 불과 수백명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은 지난 수주 동안 자신들의 숫자에 비해 과도하다고 할 정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들은 직장 동료들을 구제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고 이는 결국 한국의 경제회복 전망에 커다란 타격을 안겼다. 현대는 당초 1천5백38명을 정리해고하려던 안을 철회, 희생자를 2백77명으로줄이기로 노조와 타협했다. 이같은 일은 한국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해온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과업도 실패로 몰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굴복한 결과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수도 있다. 노동조합들은 이번 승리에 고무되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올해초 IMF는 한국에 5백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주는 조건으로 노동자들을 보다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하도록 요구했다. 노동법 개정은 한국기업들을 버블의 후유증으로부터 구해낼수 있는 유일한방안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 사태는 종신고용제와 같은 한국의 관행들이 결코 위로부터 개혁될 수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한국은 경제위기에 휩싸이기 이전부터 이미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 96년 김영삼정부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비밀리에 소집된 국회에서 노동법 개혁안 처리를 강행했었다. 그러나 노조는 전국적인 파업과 항의집회로 개혁을 원점으로 돌렸었다. 김대통령은 강성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여당의 협상중재자로 하여금 현대그룹을 물러서도록 함으로써 관련 노동법을 사문화시키고 말았다. 재벌의 오너들과 김대통령은 한국의 외채문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채문제가 앞으로 가혹한 "시장의 시련"을 한국에 안길 것도 분명하다. 불과 수개월전 김대통령의 새정부는 대기업그룹들의 맹목적인 사업확장과 과잉투자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또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바로 그 정부로부터 오히려 구조조정을 방해받고 있다. 현대그룹의 문제는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고통의 축소판이다. 현대는 자본의 5백72%에 달하는 1백50억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자동차 전자 등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의 내수판매는 작년에 비해 50%나 격감했다. 울산공장의 가동률은 40%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비용을 줄이지 않고 선진 업체들과 경쟁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는 자신의 평가로도 20만명의 근로자중 5만명을 해고해야 생존할수 있다. 지난 수주동안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불러일으킨 끝에 불과 2백77명만 해고하는데 그쳤다면 앞으로 무슨 희망을 가질수 있겠는가. 일부 전문가들은 김대통령의 진보적 성향이 한국이 자유 경제 체제로 이행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김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었다. 김대통령은 한국이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국민들에게실업의 고통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가 노동 개혁에 실패한다면 대통령직 수행에도 결정적인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는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