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러시아 위기 해법' .. 돈부시 <미국 MI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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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시 MIT 교수는 러시아 사태가 종식되기 위해서는 채권국들이 부채 일부의 탕감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또 러시아 스스로는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징세행정의 엄정성을 확립해 지하경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는 지금 역사적 갈림길에 섰다"고 평가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옐친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러시아 사태의 해법을 제시한 돈부시 교수의 특별기고를긴급 게재한다. 정리=임혁기자 limhyuck@ ====================================================================== 불과 한달여 전 러시아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선진 7개국(G7)과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당시 러시아는 신속한 개혁을 약속했고 상당한 수준까지 신뢰를 회복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러시아의 태도는 달라졌다.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고 신뢰도 지속되지 못했다. 단기투자자들은 러시아를 빠져나가기에 바빠졌다. 물론 러시아가 완전히 붕괴해버릴지는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위기가 러시아 내에서 개혁의 진전을 위한 합의를 이뤄낼 지도 미지수다. 이런 문제들은 1920년대 공황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대답해줄 것이다. 러시아의 문제는 환율이 아니라 부채와 재정적자다. 하지만 처음에는 부채에서 시작된 문제가 외환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당장의 출혈은 막았던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모라토리엄 선언과 자본통제를 통해 외화유출도 멈출 것이라고 생각되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과 2,3일만을 버티는데 그친 응급조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루블화의 계속되는 하락과 암달러의 번창, 채권 가격의 하락등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 사태가 결국에는 디폴트 상태로 발전해갈 것이라는 다소는 성급한 그러나 아주 현실성이 있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더우기 러시아 사태에는 국내정치 문제라는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가 겹쳐 있다. 이는 러시아가 장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 특히 G7이 다소 머뭇거리는듯한 태도를 보이는것도 이 때문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러시아는 여러가지 현안을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며 그 유일한 방법은 지난 10년간 계속 실패해온 "안정적이고 건전한" 공적 금융체제의 확립이다. 다른 많은 체제전환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재정적자를 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통화증발과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불과 2,3년전에야 가까스로 해결됐다. 하지만 재정적자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만일 국영기업체들의 밀린 임금등을 모두 계산에 넣는다면 재정적자는 현재 공식적인 통계수치로 나와있는 GDP의 7%보다 상당히 높아질 수도 있다. 러시아가 몇년 전보다 달라진게 있다면 지금은 돈을 찍어내는 대신 외채를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신용도가 낮은 채무국이 으례 그렇듯이 단기자금만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몹시 불확실하고 충격에 취약했다. 따라서 신용공여국들은 당연히 높은 이자를 요구했고 그 결과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지난 90년대초 이탈리아도 이미 겪은바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약 6백억달러의 단기채무를 동결함으로써 러시아는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장기외채의 일부에 대해서도 제때에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중대한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기존 외채를 재조정하는 문제다. 이미 일부 채권은행들이 러시아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얼른 보기에도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다. 만기연장, 이자율 인하, 원금 일부 탕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용공여국들은 사실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충분히 고금리를 받아왔으므로 이제는 금리를 낮춰줘야 한다. 이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신흥시장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을 응징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러시아의 능력에 맞게 부채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회사 갱생절차에 관해 규정한 미 연방파산법 제11조의 정신이다. 두번째로 러시아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하나는 정상적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중남미도 마찬가지였지만 러시아의 재정 부족이 세법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러시아의 재정적자 해결에는 세법의 엄정한 집행과 결단이 급선무다. 정치적 측근들과 마피아 집단의 탈세행위에 대한 옐친대통령의 미온적 태도가 문제다. 이래가지고는 아무리 명망있는 인물을 국세청장에 앉히더라도 세금이 제대로 걷힐리 없다. 탈세와의 치열한 투쟁이 필요하다. 지하경제를 온존시킨 상태에서 재정의 건전성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번째 단계는 인플레의 재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다. 다행히 러시아 중앙은행은 그동안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고리를 끊고 비교적 안정적이고도 예측가능한 정책을 고수해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는 금물이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페그제를 골자로한 통화보드(Currency Board)제의 도입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끝으로 옐친은 공산주의 붕괴후 거의 10년간 정상적인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개혁의 지체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경제성장은 민영화, 사유재산권 인정, 부패 종식, 법집행 절차 등 경제제도의 극적인 진전을 필요로 한다. 만일 옐친이 공산당을 비롯한 반대 세력을 이겨내고 개혁에 성공한다면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처지는 빈곤과 불안정에서 벗어나려는 젊은이와도 같다. 빚잔치가 계속되고 투기가 성행하는 동안에는 모두가 일확천금의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제 출발선으로 돌아왔으며 경제를 정상화하는데 매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 전제군주주의자들이 경제 및 사회안정의 희망을 파괴할 것이다. 러시아는 정상화냐 붕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