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초기단계 진입] (하) '인플레 정책'..대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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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치면 지금은 전후반이 바뀐 상황이다. 따라서 공을 반대 방향으로 차야 한다. 전반전 처럼 찼다가는 자살 골을 먹는다". 예상밖의 경기급락으로 디플레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정책방향은 이렇다. 인플레 시대였던 지금까지의 사고와 논리로 대응해선 안된다는 것. "통화를 풀면 물가가 오른다. 재정적자는 나쁜 것이다. 소비절약만이 미덕이다"라는 식의 고정관념을 뒤집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지 않고는 디플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인플레 정책을 써야 한다=경제가 연간 7-8%씩 성장하던 인플레 시대엔 긴축재정과 안정적 통화공급 등이 긴요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물가가 바닥을 기는 디플레 시대에 더이상 그런 정책은 필요없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오히려 정반대의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금은 한국은행이 통화를 충분히 풀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할 때다. 돈을 풀면 인플레를 유발해 경제안정을 해친다는 생각은 기우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린다지만 그것만으론 미흡하다"(심상달 KDI연구위원). "일부에선 구조조정을 끝낸 뒤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럴 시간여유가 없다. 디플레에 빠지면 기업도산이 늘어 금융부실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땐 구조조정도 물 건너간다. 일단 경기를 진작시켜 디플레를 피하는 게 최선이다"(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절약만이 미덕 아니다=돈을 아무리 풀어도 소비가 일어나지 않으면 생산증가로 이어지질 않는다. 바로 지금 그런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가구당 소득과 소비의 증감률을 비교해 보면 소비감소폭이 소득감소보다 2배 정도 크게 나타난다. 덜 벌어들인 만큼만 덜 쓰는 게 아니라 그 이상 안쓰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 그러나 사회 전체의 소비가 이렇게 꽁꽁 얼어붙어 있는 한 디플레를 피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수를 되살리려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함은 물론이고 여유있는 사람들부터 적정한 소비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처방이 나오기도 한다. 더이상 절약만이 미덕이라고 외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책은 과감하고 신속히=일단 탈출구를 정하면 한눈 팔지 말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지나치게 신중해선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가 그랬다. "일본은 지난 92년이후 지금까지 모두 12차례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대책마다 재정투입 규모가 적었고 시기도 분산돼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이지평 LG연구원 연구위원). 차라리 그 대책들을 모아서 좀더 빨리 시행했더라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란 반성도 일본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96년 경기가 반짝 회복되자 소비세 인상등으로 10조엔 정도의 긴축을 단행한 것도 일본정부의 패착이었다. 한국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교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