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청문회나 열 때가 아니다

국민회의가 오는 10월중순에 갖기로 한 경제청문회 증인 및 참고인채택문제로 한차례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김영삼 전대통령 고건 전국무총리 강경식 임창열 전부총리 등 정부관계자 42명을 증인으로,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구본무LG그룹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키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김원길 정책위의장이 증인과 참고인을 당론으로 정한바 없다고 해명하고 기초자료가 유출된 책임을 물어 관련자를 해임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경제청문회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선거기간중 약속했던 것이기는 하다.그러나 지금까지 미뤄온 것을 경제가 아마도 최악의 상황일 10월중순에 꼭 가져야하는지,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의문이다. 우선 청문회를 통해 더 규명해야할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경제에 보탬이 될 까닭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기만 하다. 환란의 책임을 규명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청문회를 열어야한다는 주장은 명분상 그럴듯하다. 그러나 5공청문회 한보청문회의 경험을 되새겨볼 때 이런 유형의 국회 청문회는 그 비용에 비해 성과가 보잘 것 없었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9월까지로 예정된 금융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때 10월중순쯤이면 실업자수가 2백만명안팎에 달하는 등 경제 어려움은 지금보다 더할 것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거나 현재화할게 너무도 분명한 경제청문회가 꼭 적절한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환란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거나 더 규명돼야할 진상이 남아있다면 엄청난 부담이 있더라도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란이 전정권의 정책실패 때문에 빚어졌다는데 거의 모든 국민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지금와서 굳이 청문회를 또 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경위가 어떻든 전직대통령마다 구속되거나 청문회에 불려나오는 것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 환란에 대한 책임과 관련, 형사범으로 기소해 사법처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새삼스럽게 증인으로 불러내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뭔가 일처리 순서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참고인이라는 명목으로 경제인들이 대거 청문회에 나가야하는 경우다. 청문회를 열더라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여당관계자들의 해명이 있었지만, 재계가 이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환란청문회에 대기업총수가 참고인으로 왜 나가야하는지도 의문이지만,어쨌든 기업인 이름도 오르내린 청문회관련 논의 그 자체가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