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해외에서의 외환위기

주중한국대사관 직원들의 차량번호는 "사196"으로 시작한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사주재원과 자영업자들은 "사196" 번호판을 단 차량이 베이징(북경)거리를 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뢰를 보냈었다. 외교관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인들 사이에 "사196"은 지탄의 대상이다. 지난 8월15일 공관직원과 상사주재원들이 광복절기념식을 하고 있는 시간에 일부 "사196"차량은 골프장 주차장에 서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신탁통치"를 받는 나라의 "대표"가 독립기념일날 있을 곳이 여기밖에 없었던가. 9월1일 개교하는 베이징 한국국제학교가 대사관 직원들에게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대목도 힐난의 대상이다. 60여명의 공관직원중 한국국제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사람은 단 1명. 학비가 연2천4백달러 밖에 안되는데도 나머지 직원들은 연간 2만달러나 받는 외국국제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다. 물론 영어로 고급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서다. 자녀교육비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지원받기 때문에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대사관 측은 "올해는 이미 외국국제학교에 등록을 마쳐서 어쩔 수 없고 내년부터는 한국국제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해명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베이징에 한국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에 한국학교를 세워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도 바로 그들이다. 자기 돈이 아니라고 국민이 낸 세금을 아끼지 않고, 누가 보지 않는다고 광복절날 골프장에 가는 "대표"를 그 나라에선들 존중해 줄 까닭이 없다. 일반국민이든 공무원이든 밖으로 나가면 외환위기는 남의 얘기가 되는가 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