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경제 불안요인 점검] '세계적 대공황으로 번질까'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위기가 결국 세계적 공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30년대 대공황 당시와 지금 상황이 깊은 유사성을 갖고있는 만큼 자칫 세계적 공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우려다. 이에 반해 낙관론자들은 미국과 유럽 경제가 여전히 활기에 차있는 만큼 세계적 공황에 대한 우려는 과장일 뿐이라며 비관론을 일축한다. 전자에는 주로 현실경제에 종사하는 분석가들과 저널리스트들이 속해있고 후자 그룹에는 IMF등 국제 경제기구들과 학자들이 많다. 지역적으로는 미국쪽이 낙관론의 선봉에 있고 유럽과 아시아지역에서는 비관론이 많다. 우선 비관론자들은 요즘의 상황이 지난30년대와 비슷하다는 점을 든다. 과도하게 부풀어오른 버블이 대표적인 유사성이다. 20년대 후반 미국의 과열된 부동산및 주식 열풍과 90년대 후반의 미국 주가상승및 부동산열기 M&A열풍등이 우선 동일하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이 관세율을 계속 끌어올려 "근린 궁핍화 정책"을 썼다면 지금은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으로 지구촌의 금융불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지난 32년 스무트-홀리 법안을 통해 관세율을 52%까지 끌어올리면서 세계무역의 축소와 대불황(Great Depression)을 초래했던 미국이 당시의 잘못을 지금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버블붕괴 직전 미국자본의 개도국 러시 현상(20년대)이나 금융시장 개방및 투기자본의 급속한 지구촌 이동현상(90년대)이 비슷한 궤적을 그리면서 위기의 도미노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결국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원자재가격 하락등으로 러시아와 남미의 위기를 초래한 다음 세계경제 전체가 실물경제의 급격한 불황 즉 디플레이션으로 말려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비관론은 시장경제가 일정한 사이클을 따라 움직인다는 경기순환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에 세계적 공황은 없다고 잘라말한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세계경제는(러시아 사태등으로) 미세한 후퇴는 보이겠지만 올해 전체로 3%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지에로 세계무역기구(WTO)총장도 "최근의 상황은 심리적 측면이 크다"며 "실물로 전이되는 현상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분석팀장인 폴 애트킨슨 역시 "아시아와 러시아 사태가 예상보다는 심각하지만 결코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낙관론자들은 20년대 당시와 지금은 미국의 지도력과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논점은 역시 분석가 자신이 속한 지역및 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단계를 지나 이미 심각한 무역 축소와 실물불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 지역과 아직도 경기정점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및 유럽의 입장은 분명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 차이는 아시아및 러시아사태 해법에 있어서도 상당한 전략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비관론자들이 미국책임론과 금리인하, 외채에 대한 채권단 책임등을 강조하는 반면 낙관론자들은 위기국 내부의 경제개혁과 시장개방등을 우선해 요구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