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역학 이야기] 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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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의 아름다움은 화려함에 있다. 고궁이나 절에서 보이는 다양한 색과 무늬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듯 조화스럽게 건물속에 녹아있다. 단청의 빛깔은 붉은 빛과 푸른 빛이 주를 이룬다. 색깔은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등 다섯가지다. 이른바 오방색이다. 오방색은 전통의 오행사상과 맥이 닿아있다. 파랑은 목, 빨강은 화, 노랑은 토, 하양은 금, 그리고 검정은 수를 상징한다. 이를 적절하게 배분하면 연두색도 나오고 보라색도 나온다. 파랑에서 시작하여 검정으로 끝맺은 것은 목에서 출발해 수에 이르는 오행의 한 과정이다. 이는 서로 도와주고 길러주는 상생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또 봄에서 겨울에 이르는 계절의 한 주기가 완성되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같은 이유에서 단청을 담당하는 장인인 단청장도 다섯 사람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색깔을 맡아 목, 화, 토, 금, 수의 순서로 채색을 하였다. 단청은 그 무늬가 그려지는 건물의 성격과 양식 에따라 달라진다. 또 그 대상이 되는 건물의 정신적인 특성에 따라 문양체계가 다르게 디자인됐다. 사찰에서는 호랑이나 산신 등으로 단장한 그림이, 궁궐에서는 권위를 상징하는 용무늬 등이 새겨졌다. 기둥이나 난간에는 주로 붉은 색을 사용했으며 처마에는 푸른 색을 많이 썼다. 단청은 주변 공간과의 조화가 생명이다. 그래서 주위공간과 관계가 있는 무늬를 그렸다. 단청을 입히는 것은 건축물을 오래 보존하게 하려는 것에 일차적 목적이 있다. 단청에서 사용되는 안료가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무엇보다 단청은 우주만물과의 조화, 자연과의 친화를 꾀했던 선인들의 지혜를 보여주는데 단청작업의 의의를 둘 수 있겠다. 자연의 영원한 순환을 상징하면서 내세를 기원하는 오행사상의 핵심을 단청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성철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