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주방 쓰레기 .. 서정원 <대양바이오테크 사장>

평소 나무 가꾸기를 좋아하는 터라 작년에 건물을 지으면서 옥상위에다 정원을 마련했다. 봄에는 주말마다 나무시장을 돌면서 주목, 단풍, 사과, 배, 대추, 포도 등 20여가지의 나무들을 구해다 심었다. 사이사이에는 방울토마토, 상추, 들깨, 고추도 심었다. 서울이라는 곳이 시골과 달라 정원에 쓸만한 흙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근공사장에사 나온 것을 겨우 얻어다 만든 정원이라 거름끼가 없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했다. 생각끝에 주방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직접 만들어 주기로 했다. 부모님이나 집사람은 괜히 사서 고생을 한다며 말렸다. 주방에서 매일 작은 소쿠리에 걸러 나온 것을 냄새가 날까봐 옥상에 준비한 뚜껑이 있는 통에 이주일간 모으니 제법 많았다. 그동안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물기를 제거한 음식찌꺼기에 인근목공소에서 구해온 톱밥을 넣고 잘 섞은 다음 처음 일주일간은 2~3일에 한번식 뒤집어주었다. 이주일이 지나고보니 음식찌꺼기의 모습은 전혀 없고 냄새도 없는 흙갈색의 퇴비가 됐다. 여름내내 이주일에 한번씩 일요알 아침이면 이일을 되풀이했다. 정성껏 만든 퇴비는 거름이 되어 나무들이 잘 자랐다. 특히 나무 중간중간에 몇 포기 심었던 방울토마토는 줄기가 어른키를 넘었고 사방으로 폭이 1.5m이상이나 벌어졌다. 한그루에 그렇게 많은 토마토가 달릴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작은 바구니로 매일 하나씩 따도 다음날 아침이면 또 익은 것들이 있어 올여름에는 한 번도 토마토를 사먹어 본적이 없다. 무공해라며 몇번인가 이웃에 나누어 주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다소 귀찮게 여기던 식구들도 나무가 자라고 토마토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퇴비작업도 도와주었다. 휴일이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식구들이 모여 삼겹살구이라도 할라치면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상추, 고추, 깻잎을 서로 따겠다고 야단이다. 며칠전부터 저녁이면 귀뚜라미 소리가 벌써 가을을 재촉한다. 첫해라 몇송이 밖에 안달린 포도는 아이들이 옥상 정원에 오르내릴때마다 매일 몇알씩 줄어든다. 주방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거창한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각 가정에서 퇴비를 만들어 나무와 무공해 채소를 가꾼다면 쓰레기도 줄이고 어린 자녀들의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