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봐야 줄것도 없는데"..JP, 5대그룹총수 만찬회동 연기

김종필총리가 4일로 예정됐던 현대 정몽구회장 등 5대그룹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돌연 무기한 연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조건호 총리비서실장에게 "그룹 회장들과의 만찬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으니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조 실장은 이날 "3일 발표된 5대 그룹 구조조정안에 대해 아직 정부내 의견교환도 안된 상태에서 회장단과 만날 경우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어 만찬 회동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에는 이규성 재경, 박태영 산자부장관과 진념 기획예산위,이헌재 금융감독위,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함께 참석키로 돼 있었다.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는 재계의 건의사항이 봇물처럼 쏟아질게 뻔하고 이 과정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대화가 오갈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총리가 이날 만찬 회동을 취소하기에 앞서 만찬을 연기시키는게 낫다는 "외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아침 외부에서 정해주 국무조정실장에게 만찬을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전화가 걸려 왔고 김 총리는 국무조정실장의 이같은보고를 받고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또다른 관계자는 "김 총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만찬을 무기한 연기시킨 가장 큰 이유는 5대그룹 구조조정안에 알맹이가 빠진 "스몰 딜"이라는 부정적 여론과 함께 노동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만찬이 취소된 사실을 이날 오전까지 모른채 회동을 준비해 오던전경련 관계자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회원사들에게 부랴부랴 알리는 등 곤욕을 치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