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결혼 이야기 .. 김녕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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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지나간 강가의 카페에서 커피향에 섞어 올린 화두는 새 바람이 일고 있는 결혼 이야기였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유명 여배우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어엿한 연하의 미혼남과 결혼한 이야기는 화제에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전 같으면 그 여배우의 재혼 상대를 부와 동의어로 느껴지던 사장족 쯤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새로운 증후군에 편승이라도 하듯 결혼풍속도 또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독신 남녀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 이혼 여성과 미혼 남성의 결혼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유약해진 남성들이 자기 일을 가진 경제력 있는 여자를 선호하는 까닭이라고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자기 인생과 개성을 중시하는 서구문화에 눈 뜬 세대들의 진일보한 새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IMF 서리를 만난 뒤,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고질병처럼 만연돼 있는 버블검같은 허세와 여리고성처럼 굳센 고정관념이 비로소 하나씩 파괴되어 가는 한 단면이라고 여겨진다. 결혼은 반드시 20대에 해야 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 이혼녀의 재혼은 으례 나이 위인 남자의 후처라는 도식적인 관념이 신선한 충격으로 깨어지고 있듯,우리 국민들의 경직된 편견과 권위주의적 사고방식 또한 과감히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파격은 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고통을 감수한다. 그것 없이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파격적인 개혁이 시급한 때라고 생각한다. 아픔을 인내하고 단행한 개혁은 발전이라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만이 지금 초읽기로 다가온 눈부신 21세기 앞에서 우리 국민이 맞고 있는 고난의 시기를 단축하는 길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