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용납못할 퀄컴의 횡포

한국에 휴대폰 핵심 칩을 독점 공급해온 미국 퀄컴사가 기술사용료(로열티)분쟁을 둘러싸고 최근 한국측에 보여주고 있는 오만 방자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횡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퀄컴과 로열티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의 지나친 로열티 요구에 대해 계약위반을 이유로 미국 법원에 제소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측의 태도가 의외로 강경하자 퀄컴측 대표단이 방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쉽게 의견접근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퀄컴의 횡포는 겉으로 알려진 것만도 한둘이 아니다. 우리 업계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전화기술을 개발하면서 지금까지 원천기술보유사인퀄컴에 지급한 기술사용료는 2억달러에 이르고 지난 2년동안 퀄컴으로부터 구매한 핵심 칩만도 10억달러에 달한다. 그런데도 핵심기술 이전은 커녕, 투자 약속과 최혜국대우 등의 기본 합의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 한국이 차세대 화상휴대폰 표준으로 퀄컴의 기술표준을 따라주고 새로 개발된 칩을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줄 것을 요구해왔다니 뻔뻔하기가 이를데 없다. 우리는 퀄컴이 CDMA기술 공동개발에 참여한 대가로 로열티의 20%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되돌려 주기로 한 약속을 즉각 이행하길 촉구한다. 또 한국 고객들에게는 특별한 장점도 없는 DMSS-3000 소프트웨어를 신기술이랍시고 현재의 로열티(매출액의 5.75%)외에 단말기 한대당 2.5달러의 추가 로열티를 달라는 무리한 요구는 철회되어 마땅하다. 더구나 로열티 부문에서 한국측에 최혜국대우를 약속해놓고 최근 대만 일본 등의 업체로부터는 한국보다 낮은 수준의 로열티를 받는 것은 명백한 약속위반이다. 당연히 한국업체들에 적용하는 로열티도 대만이나 일본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관련업계 및 기관들은 이번 기회에 법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한국을 봉으로 아는 퀄컴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통신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이와 유사한 분쟁이 잇따를 소지가 크다고 볼 때 이번 퀄컴 케이스는 어물어물 넘길 일이 아니다. 아울러 일방적인 퀄컴 의존에서 벗어나 화상휴대폰 부터는 유럽기술방식을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화상휴대폰 기술은 스웨덴의 에릭슨사도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것이다. 이번 로열티분쟁은 21세기 정보대국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CDMA기술에서 보듯이 원천기술과 후속기술의 개발을 등한히 한다면 기를 쓰고 상용화해봐야 결국 남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되고 만다. 장기적 안목에서 상용화에 쏟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원천기술 쪽에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