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초연구에 관하여 .. 이서봉 <소장>

이서봉 많은 사람들에게서 우리나라 연구개발 분야의 기초연구가 약하다거나 기초연구비가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말을 종종 듣고 있다. 우리는 먼저 기초연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하는 연구는 기초연구이고 기업에서 하는 연구는 응용 및 개발연구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장기간 걸리는 연구는 기초연구이고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연구는 응용연구라고 혼동되기도 한다. 미국과학재단(NSF)은 기초연구를 순수기초연구와 목적기초연구로 나눠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순수기초연구는 응용분야를 염두해 두지 않고 인공 및 자연현상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춰 학문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이다. 반면 목적기초연구는 당장 상업적인 이익을 낼 수 없지만 미래에 응용성을 가질 수 있는 연구이다. 순수기초연구는 주로 대학이나 국책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목적기초연구는 응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기업 대학 국책연구소 등 어디서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순수기초연구보다는 목적기초연구에 치중하다가 다른 선진국들로부터 무임 승차한다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도 목적기초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 창업센터를 설립해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중 기초연구지원비가 적다고들 한다. 그러나 기초연구지원액이 순수기초연구비만을 말하는지 아니면 목적기초연구비까지 포함하는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또는 국가연구소의 기초연구비에 목적기초연구비가포함되어 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목적기초연구비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소의 경우 최근 몇년간 수행한 과제를 분석한 결과 목적기초연구과제가 전체의 30%정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목적기초연구과제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국가전체 기초연구분야 산정에도 모든 연구주체들의 목적기초연구분야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국가간 연구분야의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