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 아이] (미래를 본다)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안'

그동안 멀게 보이던 차세대 이동통신망(IMT 2000) 표준을 둘러싼 행보가 국내외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와 연구기관은 IMT 2000을 위한 시험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제 표준화기구인 ITU는 북미,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 접수된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안에 대한 검토와 조정을 통해 99년 3월에 국제표준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이 국제표준안을 기준으로 새로 국내 사업자를 선정하고 2002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방침인데,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정책당국이 염두에 두어야 할 두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국내표준을 설정하는 데 있어 지적재산권의 문제를 중요시해야 한다는점이다. 보통 이동통신 표준으로 선정되는 기술에는 이미 지적재산권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을 이용하는 측에서는 로열티(Royalty)를 지불해야 한다. 국제표준화 기구는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수준에서 사용료를 설정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으나, 어느 한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경우 기술사용자는 기술소유자의 횡포를 방어할 방법이 없다. 최근 미국 퀄컴사와 국내 연구기관(ETRI) 및 장비제조업체간의 로열티를 둘러싼 마찰이 이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나 차선책으로 표준설정시 지적재산권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내년에 확정될 차세대 이동동신의 국제표준은 단일화된 것이 아니라 북미방식 표준과 유럽방식 표준의 이원화된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북미 방식에 기초하고 있지만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국내의 협상력 향상 측면에서 유럽방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차세대 이동통신의 국내표준 설정에 대한 사업자와 제조업자의 이해관계 차이를 생산적으로 끌고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표준 선정과 관련하여 이동통신 사업자간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특히 이동통신 사업자와 제조업자간에 입장이 크게 다르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설비와 연동시키려는 유인(incentive)이 강해 기존의 북미방식을 선호한다. 이에 비해 제조업체는 시장이 넓어 수출 면에서 유리한 유럽방식의 새로운 방식을 채택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퀄컴과의 로얄티 문제를 둘러싼 마찰은 그러한 경향을 강화시켜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자와 제조업자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국내표준을 둘러싸고 양자간에 불필요한 서로의 입장에 기초하여 힘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상호간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 향후 이 두 가지 과제를 이루어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정부의 보다 전략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준비는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강한데, 앞으로 특히 문제가 될 표준화와 지적재산권의 문제나 사업자와 제조업자의 협력과 같은 법률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와 준비도 또한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성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