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실망스런 공기업혁신계획

공기업 경영혁신 세부계획확정안을 발표한 기획예산위원회 관계자는 "노조의반발이 우려된다"며 크게 걱정했다. 원래 계획보다 인원감축폭을 줄이고 기간도 늦췄는데 그 폭이 크지 않아 노조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회사의 방만한 경영에 쏟아지던 비판보다 노조를의식하는 듯 했다. 개혁의 선봉장인 것처럼 의기양양했던 기획위 출범당시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기획위가 감축계획에서 제외한 인원은 8백52명밖에 되지 않는다. 또 인원감축기간도 2000년에서 2001년으로 불과 1년 연기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로 혼선을 빚은 점을 감안하면 혹시 원칙이 후퇴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확정안의 내용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한전의 경우 당초 6천2백34명을 2000년까지 줄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동안은 매년 당초 계획보다 1백25명씩을 덜 줄이고 2001년에 3백75명을 줄이도록 했다. 매년 1백25명씩이 남아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1백2명의 감축을 2001년으로 미룬 도로공사에 대해서도 똑부러지는 설명은 없었다. 이러다보니 꼭 필요한 인원들을 남겨놓았다기 보다는 힘겨루기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건 당연하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경영혁신계획이 세밀한 검토없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김성택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