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I면톱] 괴로운 '한가위' .. 추석 보너스 말도 못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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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근로자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기업들의 대량감원으로 올들어 매달 10만명이상씩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는데다 기업의 부도와 경영난으로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있어서다. 또 재직근로자들도 임금이 삭감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올 추석은 근로자들에게 가장 우울한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기업들이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못한 체불임금규모는 5천5백64억1천2백만원. 사상최고치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도 3배가량 늘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수 역시 지난해에 비해 2배이상 증가, 모두 3천1백39개 업체에서 13만7천56명을 기록했다. 일반근로자들도 삭막한 추석을 맞기는 마찬가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한데다 추석보너스도 상당액 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리해고까지 겹쳐 근로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6월중 10인이상 사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월평균임금은 1백50만원.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 감소폭은 마이너스 12.4%(18만2천원)나 됐다. 특히 시간외수당 등 초과급여는 17.4%, 상여금 등 특별급여는 23.2%나 줄어들었다. 최근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없어 이러한 임금삭감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 추석에는 특별상여금, 추석선물,귀향전세버스등 예년에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던 복지혜택을 없애거나 대폭 줄일 계획이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도 기업들이 단체로 주문하는 선물수요가 예년에 비해 많게는 절반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부도가 난 아시아자동차의 경우 올 추석 상여금은 커녕 이 회사 직원 6천여명이 이미 받을 상여금만 3백61억원이 밀려있는 형편이다. 장기파업을 겪은 현대자동차 직원들도 올해 추석특별상여금이 없는 것은 물론 작년까지만해도 꼬박꼬박 지급받던 15만원정도의 추석귀향비와 자전거 전자밥솥 등 추석선물이 일절 없어졌다. 해태그룹은 추석이 낀 짝수달에 정기상여금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근로자들이자진반납형식으로 상여금을 받지않기로 결의해 이번 추석에는 별도의 보너스가 없어질 판이다. 중소기업인 부산의 D모방은 2백70명의 근로자가 19억원이나 임금이 밀려 찬바람속에서 추석을 맞게됐다. 그나마 직장이 있는 직원들은 나은 편이다. 올들어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사실상 2백만명을 넘어서 이들 실직자들에게 올 추석은 괴롭기까지 하다. 인천남동공단에 입주한 업체의 한 근로자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직장을 떠난데다 생산물량마저 감소해 공장분위기가 썰렁하다"며 "회사가 추석보너스는 커녕 귀향버스도 마련해주지않아 고향에 내려갈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